2020년 3월 16일
잠시 들린 길
어김없이 피었네
앙상한 봄에
오늘도 집에서 무얼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멸치국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보통 멸치국수에는 육수가 중요하지요. 내장을 빼낸 멸치를 볶다가 물을 붓고 양파와 대파를 넣고 푹 끓여내는데, 보통 이 국물을 우려내는 데에 한두 시간 정도는 걸립니다. 물이 끓길래 불을 약하게 줄인 다음 동네 한 바퀴나 돌고 올까.. 싶어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종일 기온이 낮다고 했지만 막상 나와보니 바람도 없고 햇볕도 좋아 나들이 가기에 참 좋은 날씨일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여느 때의 봄, 보통의 하루였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지요. 길을 걷다가 마침 길가에 피어난 꽃을 발견하고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자연은 이 와중에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내고 봄을 알리는구나 하는 반가움과, 바깥으로 나오기도 어려운 우리가 마주한 현실, 이 앙상한 봄에 대한 안타까움이 길을 걷는 내내 차올랐습니다.
집으로 되돌아와 육수를 맛보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했습니다. 그리고 소면을 삶아 멸치국수 한 그릇을 식탁 겸 책상 위에 올렸습니다. 그렇게 국수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따스한 봄볕에 잠깐 졸았다가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