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사자가 부쩍 늘었다

코시국에도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이유

by 신거니
저, 퇴사하겠습니다.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이직에 성공했거나, 다른 시험을 준비하거나, 상사가 싫어서, 회사가 맞지 않아서 등. 물론 그 누구도 회사에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지 않는다. 그 솔직함이 받아들여질 조직이었다면 애초에 퇴사를 결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퇴사자의 진심은 동기들과의 술자리나 일기장에나 드러나지 않을까.


최근 퇴사를 한 사람이 부쩍 늘었다. 지지난달에만 4명, 지난달에는 2명이 나갔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그렇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없던 일이다. 취업시장이 춥다 못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라 모두가 몸을 웅크리고 이 순간을 견뎌냈다. 아무리 힘들어도 월급을 따박따박 주는 곳이 여기밖에 없으니까. 다행히 코로나 시국에도 회사는 성장했고 채용 인원을 오히려 늘렸다.






심리학자 매슬로가 만든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은 여러 층위의 욕구를 갖는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다. 인간은 동물로서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채워야 하고, 위협에 맞서 안전하고 싶어한다. 여기까지는 소위 '파충류의 뇌'가 관장하는 영역이다. 뱀이나 거북이 같은 파충류도 가지고 있는 욕구라는 말이다. 느릿느릿한 거북이도 위협을 받으면 목을 움츠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를 당장 박차고 나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식주 등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채워야 하고, 냉철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고 싶으니까. 최소한 회사에 붙어있으면 월급이 나오고 불안한 마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maslow.png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무작정 퇴사를 한 사람이라고 왜 그런 욕구가 없을까. 다만 인간에게는 엄연히 더 높은 단계의 욕구가 있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사회적 욕구와 존중받고 싶은 욕구다. 여기서부터는 '포유류의 뇌'가 개입한다. 무리 생활을 하는 영장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우두머리를 필두로 무리를 이루며 그 안에서 조그마한 사회를 구성한다. 다른 무리와 전쟁을 벌이거나 소속감을 다지기 위해 서로의 털을 골라주기도 한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존중도 받지 못했다면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사회적-존중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퇴사자의 이런 피드백을 받았는지 회사에서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진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조직 단위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고민이 없는 티가 역력하다. 말 한두 마디로 마음을 돌리기엔 이미 너무 먼길을 돌아왔다.


더 큰 문제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 데에 있다. 이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 중 가장 상위에 있는 욕구이며 '인간의 뇌'를 통해 발현된다. 자아실현은 한마디로 더 나은 자신이 되는 과정이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고, 인간으로서 더 발전해야 한다.


매 순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아니어도 좋다. 사실 매번 창의력을 뽑아낸다고 꼭 자아실현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놓고 넌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면박을 주거나, 우리 일엔 창의성 따위 필요 없다는 말이 상사의 입에서 나온다면 그 조직엔 희망이 없다. (실제로 들은 말이다)


좌절의 경험이 누적되면 사람은 무기력해지고, 심하면 탈출을 꿈꾼다. 그렇게 퇴사 릴레이가 시작된다. 코로나 시국에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되어 나온다.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뚫고 나올 정도로. 아니면 아예 회사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낀 걸까? 슬픈 일이다. 조직원에게도, 조직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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