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불행했던 기억도 지나가고, 힘들었던 과정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 언젠가는 평온한 일상이 주어질 것이고, 한동안은 그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 또한 지나간다.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일상과, 느리게 지나갔으면 하는 일상이 매 길 위에 반복되어 펼쳐져 있고, 우리는 멈춰있을 수 없고 계속 흘러가야 하는 존재이니까, 흐르다 보면 결국은 지나갈 것이다.
언제부턴가 행복이란 단어보단 평온이란 단어를 더 자주 쓰게 됐다. 그땐 행복하지 않았고, 때론 그 행복이란 단어가 부담이었고, 왠지 행복하다 말하면 내가 가진 힘듦이 가볍게 보일까 봐 입 밖으로 꺼내는 걸 주저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행복이란 단어는 쉽게 내뱉지 않는다. 습관이 된 것 같다. 행복이란 단어를 내뱉기 전에 지금 내가 진짜 행복한 지 몇 번이고 되묻고 대답한다. 어쩌면 행복한 것보다 평온한 것이 더 쉽지 않을지도모른다. 그러나 그 당시에 난 '행복한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발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마음이 평온했으면 좋겠다'라고 몇 번이고 바랐다. 그래서 더욱더 당신의 하루가 평온했으면 좋겠다. 잠에 들기 전 아무 걱정도 불안도 없이, 평온한 상태로 잠에 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말한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마음이 평온하길 바란다고.
누군가는 그게 행복한 상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볼보의 삶에 어떤 하루들이 존재했든, 나의 삶에 어떤 하루들이 존재하든 그래 결국은 끝이 다가올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난 여전히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들은 끝을 향해 걸어간다. 언제 다가올지 모를 그 끝을 향해 우리는 행복하다 말하기도 하고, 평온하다 말하기도 하고, 불행하다 말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단 한 발자국도 멈추지 않고 각자의 길 종착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쉽지 않은 여정들이 가득하지만 우린 잘 지나가고 있다. 어차피 머지않아 끝날 인생에 우린 수많은 경험을 겪고, 기억을 가지고, 인연을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분명 의미가 있다. 모든 걸음엔 의미가 있으니까 절대 헛된 걸음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린 지금처럼 끝을 향해 잘 걸어가면 된다. 볼보가 걸었던 그 걸음들에도 분명 의미도 가치도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되는 건 받아들이고, 맞이하고, 다시 또 잘 지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게 모두 끝을 향한 걸음일지라도, 오히려 끝을 향한 걸음이므로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을 테니 지나 보내온 시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모두 의미 있는 걸음이었다' 그리 생각하면서 순간순간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행복이든, 평온이든, 평안이든 누리면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볼보의 하루엔 평온이 얼마나 존재했을지 그 크기를 감히 예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때론 힘겨웠던 순간들만 가득했을까 봐 두렵기도 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 내가 먼저 일어나지 않으면 볼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모습조차 나에겐 위로였는데, 그 순간에 볼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나처럼 지쳤던 하루를 보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짧았던 볼보의 길에 내가 작은 위로를 주었던 순간들이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라곤 한다.
길의 끝 너머의 세상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그 무엇도 알 수가 없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볼보만큼은 잔디밭에 누워 내 손길에 눈을 감고 있던 그날처럼 평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