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가이즈를 다시 한번 더 먹을 수만 있다면..
지인들은 잘 알겠지만, 나는 상당한 버거 덕후다.
언젠간 미국에 버거투어를 가는 것이 목표였고 생각보다 미국이 너무 커서 일단은 뉴욕부터 정복하기로.
미국에서 버거를 먹었던 지인들이 하나같이 꼽았던 브랜드
Five guys !
매장이 꽤 있어서 그냥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느껴지기도 했으나
한입 무는 순간 그 생각은 와장창 깨졌다.
이 버거는 단순한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요리 그 자체였다.
나의 생각과 기대보다 투박한 느낌을 주는 외관.
'음식 브랜드는 빨간색이어야해 !!! 빨간색이 입맛을 돋우니까!!!!!' 라고 말하는 듯
강렬한 빨간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한다.
내가 갔던 매장은 조금 작은 규모였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자 자리가 다 찼다.
레드&화이트 타일이 딱 내가 어릴때 갔던 패스트푸드점 인테리어를 보는듯 했다.
- 유치원때부터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었다. 맥도날드, 웬디스가 이런 느낌이었다.
벽면에는 온통 매거진, 기사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붙여놨다.
'다들 인정했어요 !! 우리 진짜 맛있다구요!!!' 라고 외치는 기분이랄까.
먹어보기 전까지는, 돈주고 쓴 기사일거라 생각했다.
이 매장 뿐만 아니라 타 지점도 벽면에 이렇게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냥 버거와 리틀 버거의 차이점이 뭔지 몰랐다.
일단 미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너무 양이 많았기에, 리틀 치즈버거를 택했고 남자친구는 그냥 치즈버거를 택했다.
>파이브가이즈를 두번 방문했었는데 처음에는 관광지여서 그랬는지 - 주문에 대해 묻지 않았다.
나중에 방문했던 타 지점에서는 토핑을 고르라고 했다.
All the way가 적혀있는 것을 몰라서 아무거나 골랐는데 - 무조건 All the way로 해야한다. 그래야 파이브가이즈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다.
KFC처럼 컵을 주면 직접 음료를 떠먹는 방식. 레드 기계가 파이브가이즈와 퍽 잘 어울렸다.
터치스크린 방식은 처음이었고, 음료 종류가 굉장히 많았다. 아무래도 터치로 가능하다보니 자판기처럼 다양한 종류를 넣기 좋았으리라.
포테이토의 출처도 기록.
매장 한켠에 쌓여있는 포테이토. 타지점에도 이렇게 쌓여있었다. 22.7kg 으로 상당히 큰 크기
리틀 버거는 패티가 한장, 그냥 버거는 패티가 두장이다.
별 장식 없는 호일에 감싸주고 테이크아웃이든 매장에서 먹든 종이가방에 다 넣어서 준다. 트레이가 따로 없었다.
한입 무는 순간, 벽면의 글귀들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닝빵처럼 촉촉한 식감의 빵,
기름이 아니라 육즙이 가득해서 느끼하지 않고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패티와 살짝 녹은 치즈,
구운 버섯에 짭쪼름한 소스와 머스타드, 케첩이 어우러진 맛.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잘 잡아주는 양배추까지.
베어물고 나서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정신없이 먹었다.
뉴욕에서 그 어떤 음식도 만족스럽지 못해서 몇일을 거의 굶다시피 했는데
파이브가이즈는 달랐다. 이건 내가 햄버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말 잘 만든 요리라서.
햄버거는 여러가지 재료를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좋아야 햄버거 맛도 극강으로 좋아질 수 있다.
대게 햄버거 가게들이 하는 실수는 빵을 대충 생각 하는 것.
빵과 패티, 소스가 잘 어우러져야 진정한 햄버거다.
파이브가이즈 버거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킨다.
그리고 감자튀김..........
생감자를 두껍게 썰어내 튀긴듯 감자의 식감과 고소한 맛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겉은 딱딱하지 않고 아주 바삭하면서도 내부의 부드러움이 잘 느껴졌다.
적절하게 뿌려진 소금의 양으로 케찹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먹다가 조금 짜다 싶을 때 달달한 케찹을 찍어 먹으면 더 많은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다.
그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감자튀김이었다.
한국에서도 맛있는 버거집을 찾아다녔지만 사실 햄버거는 맛있어도 감자튀김은 외면하게 마련이었다.
만원이 훌쩍 넘는 수제버거라도 감자튀김은 그저 그런. 맘스터치 감자튀김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왜 감자의 출처를 벽에 적어놓았는지, 왜 매장 한켠에 재료를 몇포대씩 쌓아놓았는지 모든 것이 납득되었다.
죽기전에 또 먹을 수 있을까?
나는 이제 그 어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어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