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에 대한 비밀은 한 단어에 들어있다. 바로 탁월함이다. 무엇을 잘할 줄 안다는 것은 곧 이를 즐긴다는 것이다. - 펄 벅
어떤 일이든 쉬워지기 전에는 어렵기 마련이다. 어려운 일이 쉬워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고 어떤 일이든 보통 수준으로는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딱 그 수준에서 그냥저냥 할 것인지, 아니면 엑설런트한 탁월함의 레벨로 올라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공부, 전문기술, 요리, 운전, 육아, 가사, 재테크, 운동, 취미활동 예를 들면 에세이 쓰기 등 삶에서 우리가 습득해야 하는 일의 종류는 대단히 다양하고 다채롭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모든 것을 탁월하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일은 보통 정도 수준까지만 연마하고 그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는 게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어떤 분야에서 탁월해지고 싶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들 한다. 일만 시간?
그렇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탁월함을 갖게 될까? 손흥민, 김연아, 박태환처럼.
결론은 아니올시다이다. 우리가 욕심을 갖고 쏟아붓는 노력과 땀으로 이르는 레벨은 "잘하네."라는 정도의 평가를 받는 상급자 수준 정도가 아닐까. 그걸 넘어서 만렙의 슈퍼 상급자로 가려면 노력에 더해서 두가지 요소가 더 있어야 한다. 재능과 적성.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조금 더 읽어 보시게....흠)
자신이 하는 일에 재능이 없다면 상급자 레벨까지도 오지 못했을 테니 당연히 재능은 어느 정도 있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하나는 적성이다. 적성이 맞다는 건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그 일을 하는 게 재미있고 즐겁다는 말이다. 수영을 하거나 스케이트를 타거나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게, 재미있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재미있어서 꾸준히 할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 덕후, 덕질과 가장 비슷한 거 아닌가... 가끔 싫어지거나 싫증 날 때도 있겠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그 짓(?)을 찾아 할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 저절로 마니아가 되고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좋아해서 잘하게 되는 거다. 잘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재미가 없으면 지속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간의 의지만 믿고 뭔가를 기대하기에는 우리의 정신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뭔가를 해내는 경우는 가끔 일어나는 경우일 뿐이다. 평생에 걸쳐서 초인적인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인간이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의지와 욕심으로만 밀어붙여서 탁월함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억지로 초인적인 정신력을 짜내서 탁월함에 이르더라도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필연적으로 정신과 육체에 병이 생긴다. 억지로 무리해서 하는 일은 몸과 마음에 지속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결국 병을 부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는 게, 맞다. 설렁설렁 보통 수준으로 일상을 살아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괜한 욕심에 정신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뭔가 해보려고 하다 보면 좌절과 실패 그리고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 심신이 황폐해진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심신의 황폐라니...
좀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신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정신 만능주의 문화가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아닐까...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탁월함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고? 그럼 설렁설렁 두루두루 경험하며 살면 된다.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조바심낼 필요 없다.
재능과 적성이 맞아서 저절로 좋아하게 되는 뭔가를 찾아야만 탁월함에 이를 수 있고 그런 일은 대개 한 사람의 일생에서 한 두 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