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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의 적정 높이

자존감이 매우 높은 사람과 매우 낮은 사람은 같은 행태를 보인다.

by 조은돌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즈음이다. 자기 효능감, 마음 챙김, 마인드풀니스 등 마음과 관련한 강좌도 많고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자존감은 무엇일까?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고,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된 사람은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
(출처: 위키백과)


쉽게 말해 자신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문제는 이 자존감이 요즘 유별나게 강조되면서 자신의 자존감 챙기기에 과하게 몰입하는 느낌이다. 자존감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으면 배려와 공감력 없는 상사나 친구를 탓하고 그래도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으면 유아기 시절 상처를 준 것으로 추정 또는 상상되는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다. 주변의 눈치를 보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갈구한다. 실수나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 좌절감과 우울을 키운다. 심하면 약물 중독, 우울증에 빠지기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열등감에 쉽게 빠져든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내가 보기엔 자존감이 과도하게 높아서 우월감이 되어 버린 사람도 문제가 적지 않다. 자신이 항상 모든 일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매사 비판적이기 쉽다. 타인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공감력도 떨어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부류 모두 새로운 도전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류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자존감이 높은 부류는 "혹시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때문에.


자존감은 내가 의식적으로 키운다고 키워지는 게, 아니다. 자존감은 실패도 겪고 성공도 하면서 저절로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자신의 수준과 역량에 맞는 자존감을 가지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성장해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자존감은 고양된다. 단단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정신적인 컨디션에 대해서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상대방 말에 나쁜 기분이 들거나 작은 상처만 받아도 자신에게 과도하게 몰입해서 빨간약과 연고를 바르고 "우쭈쭈쭈"하는 모양새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존감은 그런다고 키워지지도 않고 고양되지도 않는다.


자존감의 높이는 너무 올라가 버린 우월감도, 너무 내려가 버린 열등감도 아니다. 자존감의 높이는 딱 자기 눈높이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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