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돌 Aug 06. 2023

경우가 있는 사람

무례한 사회

어릴 적 '경우가 있다'라는 표현을 듣고는 무슨 뜻인지 좀 아리송했지만 어감이 좋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예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이기도 하다.


"저 아제는 참 경우가 바르제."


아마도 그 동네 아저씨는 예의가 바르고 할머니에게 친절하신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특별히 할머니에게 친절한 게 아니었다. 동네 궂은일,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애쓰는 모습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이제 그런 시골의 공동체적인 삶은 무슨 고구려 때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핵가족도 넘어서서 일인가구가 40%를 넘고 있다. 우리는 대도시 중심의 삶,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데면데면한 익명의 삶을 살고 있다.


뭔가 조금이라도 손해라는 생각이 들면 악착같이 받아내야 하고 원하는 욕망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해야 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권리는 주장하면서 의무는 외면한다. 경우 없는 짓이다. 없어도 너무 없는 짓들이 태연하게 신문에 난다. 주는 것, 베푸는 것에 인색한 사회가 되어 가면서 경우가 있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진다.


경우 없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사회는 무례해진다. 민주주의를 위아래 좌우 구분 없이 악착같이 자기 권리만 쟁취하면 되는 거라고 억지 쓴다. 남이 어려워지든 힘들어지든 상관없이 내 것만 더 챙기자는 정글 자본주의의 판이 벌어진다.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는 살게 되었다. 아귀다툼을 벌리이유가 굶어 죽지 않으려고 탐하는  아니다. 내가 더 가지려는 탐욕 때문이거나 아니면 타인의 파이가 더 큰 것을 참지 못하는 시기심이나 질투 때문이다.


경우가 바른 사람은 빈부와 귀천을 떠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경우 바른 사람이 늘어나서 졸부의 탐욕, 과시와 시샘이 들끓는 나라가 아닌 예의와 품격, 교양과 배려가 살아 있는 매너강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전 26화 상대방 입장, 이해 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