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돌 Aug 03. 2023

생생한 질문은 해답을 찾는다

구체적으로 사고하기

나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빅 퀘스천(Big Question)들은 답을 구하기도 어렵고 또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제대로 맞는 답인지 확인해 보기도 쉽지 않다. 단지 이 질문들이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라서가 아니다.


"수학 성적을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은 방법과 요령을 설명해 주더라도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차방정식에서 해를 구하는 공식을 대입해 보면 나눠지긴 하는데, 답을 풀다 보면 이상하게 정답이 다르게 나온다. 그게 제 생각에는 어쩌고. 저쩌고 해서 이런 것 같은데... 잘 이해가 안 된다. 왜 그런 걸까요?"


이렇게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은 풀이 과정과 해답을 가르쳐 주면 당연히 실력이 쑥쑥 향상된다. 왜 그럴까?


문제를 구체화한다는 것은 몇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공부와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미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서 이모저모 고민을 했다는 것이고 문제에 발을 깊게 담그고 있다는 말이다. 즉 멀찍이 떨어져서 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 풀려고 고민했다는 것은 다양한 방법,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서 잘못된 방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것을 풀어내기 위한 나름의 절실함과 간절함, 지적 갈망을 갖고 있다.    


이때 누군가 문제를 푸는 방법과 정답을 알려 주면 그 사람의 머리에서는 꽈꽈꽝 번개가 치게 된다. 그 문제와 해법 그리고 정답은 평생 잊지 못한다. 그렇게 실력이 쌓여 간다.


일상생활에서도 큰 문제를 분해해서 아주 구체적인 세부 문제로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실력이 늘어간다.




일머리가 있고 어떤 일을 시켜도 일을 잘 풀어내는 사람은 과제를 분해하고 하나하나 인과를 찾아내는 루틴이 잘 잡힌 사람들이다.

  

고질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생산성을 잡아먹는 설비 오작동의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문제의 구조를 분해해 갈 줄 아는 엔지니어다. 결국에는 노후화된 배선이나 불량 베어링으로 콕 집어서 잡아 낸다.


실적 부진의 사업부를 들여다 보고 원인이 시장이 변하는 것인지, 우리의 제품경쟁력의 문제인지. 제품이라면 가격인지, 마케팅인지 영업이 문제인지를 빠르게 잡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핵심을 찾아내서 핀포인트로 그 부분만 수술하는 정교한 내과의사같이 사업전략을 변경하고 실적을 올린다. 


공부를 잘하던 아이의 성적이 떨어진 원인이 사춘기 호르몬 변화에 따른 반항인지,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긴 건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인지. 어떤 것이 원인인지 파악해서 기다려 줘야 하는지 아니면 뭔가를 고쳐 줘야 하는지를 잘 헤아리는 부모가 현명한 부모이다.



골프를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는지를 물을 게 아니고,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다운스윙에서 왼 다리와 왼 무릎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물어야 한다.




구체성의 세계에서 문제를 많이 다뤄 본 사람이 결국 빅 퀘스천에서도 답을 찾아 갈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좌우갈등, 젠더갈등, 세대갈등, 노사갈등 등 많은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갈등을 다루는 논쟁에서 해결이나 타협점이 아니라 극단적인 대립만 더 심화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가 강력한 집단 이기주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논의를 현실로 끌고 내려와서 구체화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두 빅 퀘스천 레벨에서 허공에서 논쟁하기 때문이다. 뜬 구름 속에서 진영논리로 구호화된 언어로 싸우다 보니 어떤 합의점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개인도, 사회도 추상적인 주제나 빅 퀘스천이 아니라 구체성의 세계에서 문제를 풀어야 성장도 성취도 이룰 수 있다. 자극적인 선동과 구호, 억지 주장이 아닌 구체성의 세계로 문제를 갖고 내려와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전 27화 경우가 있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