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쾌락의 총량

내구연수(耐久年數)

by 조은돌

자동차도 가전도 모두 내구연수(耐久年數)가 있다. 언젠가는 고장 나고 부서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이 만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명에도 수명이 있다. 식물, 동물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죽는다. 예외는 없다. 왜 생명은 때가 되면 소멸할까?


기계설비에서 동작하는 모든 베어링은 언젠가는 파손된다. 압력과 진동, 회전수가 수명의 직접적인 변수다. 기름칠을 해준다던지 관리를 잘하면 수명이 조금 더 연장될 수는 있지만 베이링이 견딜 수 있는 최대 한계치에 도달하면 결국엔 부서지고 만다.


우리 생명에도 한계가 부여되어 있다. 모든 기관도 저마다 동작하고 기능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평생 먹고 소화할 수 있는 음식의 총량이 있고, 할 수 있는 섹스의 횟수가 있다. 들이마실 수 있는 니코틴의 총량이 있고,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의 한계도 있다.



이 한계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 위장은 더 이상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기를 써도 섹스를 할 수 없게 된다. 폐는 니코틴을 더 이상 빨아들이지 못하고 머리는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도 저장하지도 못한다. 때가 되면 위암, 폐암, 발기불능, 치매라는 문제를 일으켜 신체기관은 더 이상 작동하기를 거부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우주의 섭리이다. 우린 이런 섭리를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고장 나고 부서지기 전까진 영원히 동작할 것이라고 착각하며 산다. 태양도 50억 년이 더 지나면 꺼질 예정이다.


우리 몸의 내구연수를 생각하면 잘 아껴 써야 한다. 적게 먹어야 하고 섹스도 아껴서 해야 한다. 잘 살펴보고 적절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차를 보면 중형차도 있고 트럭도 있고 소형차도 있다. 차종에 상관없이 어떤 차는 15년 20년도 잘 타고 다니지만 어떤 차는 5년 만에 덜덜거리고 잔고장을 일으키다 퍼지기도 한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그렇다. 함부로 험악하게 다루고 관리해 주지 않으면 아무리 고급차라도 일찍 수명을 다하기 마련이다.


우리네 삶에서 맛보는 쾌락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한계가 있다. 아껴 써야 한다. 이미 평생 맛볼 쾌락을 다 즐기고 누렸다면? 남은 생이 어떠하리라는 건, 자명하다. 그래서 금욕주의가 쾌락주의보다 오래가고 결국 이기게 되어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