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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학기

훈련 부장이 되어

by 힐러베어

다른 응원단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2학년이 되면 단장이나 집행부가 되어 직접 응원단을 운영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성실함과 꾸준함 덕분에 동작을 선배들에게 정석대로 인정받아 비교적 어렵지 않게 훈련부장 자리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게, 신입생을 초반에는 10명 넘게 받았지만, 매일 이어지는 힘든 연습을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떠나 결국 8명 정도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중 귀엽고 통통한 여자 후배 한 명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저는 이성을 좋아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퍼주는 타입이라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과거에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았던 탓일까요.


이 아이와도 처음에는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제가 너무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바람에 점점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연습 중 교정을 해줄 때 손이 닿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도 그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한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마음을 쏟고 아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좋게 말하면 순수했고, 나쁘게 말하면 무모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아이는 저에게 등을 돌렸고, 저는 그로 인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 동기랑 가깝게 지내서 더 마음이 안좋기도 했습니다.


동기를 좋아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요.


그렇게 한 해 동안 맡아야 할 훈련부장 자리도 한 학기만 겨우 채운 채, 마치 도망치듯 군대로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바보 같은 짝사랑이 반복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고, 마음을 키워 가다 보면 또다시 같은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군 전역 후, 예비역의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내 글이 곧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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