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지루하다.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하다.
매일 아침 피곤한 눈두덩이를 치켜뜨고 출근길과 통근길 만원 버스와 전철에 몸을 싣는다.
바쁘게 혹은 느긋하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찰나의 즐거움이 있지만, 이내 튀어 오르는 혈당스파이크와 다시 찾아온 졸음에 커피를 쪽쪽거리며 잠을 깬다.
퇴근 후 씻고,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울 때쯤이면 '내 삶이 언제부터 이렇게 지루했나?'싶은 때가 있다.
쳇바퀴 돌 듯 익숙한 삶이지만, 항상 그래온 것은 아니리라.
여름날 바다 위로 부서지는 햇빛을 보며 걷던 해변의 모래사장과, 늦은 밤 거실바닥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재잘재잘 대던 웃음소리들, 불긋한 서로의 손을 잡고 걸었던 첫눈 오던 날의 눈길, 그리고 남모르는 눈물로 적셔온 베갯잇 사이사이에는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수많은 떨림이, 우리의 삶 속에 희극과 비극처럼 흐드러져있다.
걔 중에는 돌아보고 나서야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있던 시기들도 있다. 한두 걸음 다가서고 물러서다 보면 내 삶이 희극이나 비극으로 보일 지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라면, 조금 더 다가가거나 물러서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