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순례길에서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 보기.

by 널리

#34


35를 쓰고 있었더니 뭔가 빠진 기분이 들었는데 그날과 그날 이후의 일을 섞어 기억하고 있었던 것. 지금이라도 깨닫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찾아뒀던 레스토랑을 갔다, 밥을 먹으려던 게 아니라 예약을 하려는 심산으로. 찾아갔더니 자그마한 호텔 안에 있던 레스토랑이었는데 호텔 직원에게 예약 가능하냐 물었더니 예약이 꽉 차있단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렇다면 그런 퀄리티의 레스토랑이 또 있냐 물었더니, 이 도시에서 이런 퀄리티의 레스토랑을 찾긴 힘들 거라며 독보적인 레스토랑임을 겅조했다. 하지만 ㅇㅇㅇ이나 ㅇㅇㅇ에 가면 꽤 맛있는 타파스 종류를 먹을 후 있을 거라며 소개해줬다.

아직 밥시간(7:30-8:00가 사이 저녁식사 시작 시간이다)이 한참 남아 동네 마실 겸 레스토랑 탐방을 나섰다(그렇게 걷고 또 걷는 사람, 나야 나). 좀 괜찮아 보이는 곳 아무 데나 들어가서 식사 가능하냐고 ㅎㅎㅎㅎㅎ 다들 밥시간 한참 멀었다며... 스페인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이건대 보통 여섯 시에 저녁 식사를 하는 나로선 하루종일 걷고 일곱 시 반이나 여덟 시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다행인 것은 음식 주문을 하면 대부분 십분 안에는 나온다는 점이랄까.


길 가다 뭔지 모를 강한 기운(?)에 들어간 마트. 한국 라면을 팔고 있었다, 어마무시한 가격으로(하나에 3,400원...). 하지만 가격이 대수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두 개를 구입했다. 짐 무게가 이젠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마지막 산티아고 완주한 날, 짠하고 기념으로 끓여 먹으면 좋겠다 싶어.


그리곤 걷다 걷다 힘들어 물 긷는 데 앉아 멍하니 있었다. 오며 가며 아는 얼굴들과(?) 인사도 나누며. 그도 그럴 게 이 시간에 마을을 서성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순례객이나 여행객들이라... 그리 앉아있다 일곱 시 반이 다 되어가길래 한 곳을 들어갔다. 뭔가 시끌벅적하다, 손님과 주인장 사이에 문제가 있나 보다... 나갈까 하다 딱히 괜찮은 식당도 없고 야외 테이블에 세 팀이 앉아있었기에 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뭔가 언쟁이 오가던 손님들이 나가고 멍하니 서있었더니 요리사(부인으로 보이는 분)가 나와서 저 사람은 그 손님들과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테이블로 안내해 줘라라는 듯한 얘기를 하자 정신없던 주인장이 야외 테이블로 안내를 해준다. 정신없어 보이는 레스토랑이지만 뭔가 손님들은 화기애애하게 자기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음식만 맛있으면 됐지, 뭐'하는 생각을 하며 앉아있었다.

서빙이 좀 많이 늦고 정신이 없기에 칠판에 적혀있는 글을 보며 한국어가 있나 찾아보다가 안쪽에서 또 큰 소리가 들렸다. 손님 중 한 명이 'Welcome to Calds!'라고 소리치기에 웃음이 픽하고 나왔다. 뭐, 그래... 이런 곳도 있는 거지 싶은 마음이었달까.

샌드위치, 햄버거 등도 있었지만 빵을 먹고 싶지 않아 '맥주에 절인 돼지고기'요리를 시켰다. 보통 맥주, 콜라 등에 재운 육고기는 실패할 확률이 적은 음식인 라...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어, 또 그 스웨덴 노부부 두 쌍. 왜 이렇게 따라다니냐며 인사를 반갑게 하곤 그들이 내가 있는 자리로 걸어 들어온다. 음식이 어떤 게 있냐며 물어보기에 일단 앉아서 메뉴판을 보라고 했다(익숙지 않은 메뉴들이라 설명해 주기가 그래서) 그래서 같이 앉아도 되냐기에 그러라고 했는데 주인장이 와서 뭔가 불안한 제스처를 취한다. 아마 네 사람 좌석에 한 사람이 더 앉으면 동선이 불편해져 그런 듯해서 그들은 옆자리로 옮겼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가지신 노부인이 '너, 나중에 여기 조인하고 싶으면 해'라기에 일단 알았다고 하곤 음식이 오길 기다렸다. 음식이 오고 그들이 맛이 어떻냐고 묻길래 먼저 한입 베어 물었더니 꽤 괜찮다. 그래서 이거 돼지고긴데 맥주에 절인 거라고 맛이 썩 괜찮다고 얘길 해줬더니 그걸 먹어야 되나 하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주인장이 와서 뭔가 또 정신없는 제스처를 보이고... 노부부 두 쌍 중 진중한 얼굴을 가진 노신사가 안 되겠다면 나가자고 한다. 장난기 노부인이 나중에 또 보자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가장 서비스가 좋지 않았단 곳이다. 다행히(?) 음식 맛은 괜찮아서 앞 테이블에 앉아있던 독일 여행객과 원거리(?) 대화를 하며 식사를 마쳤다. 여기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스페인어를 하진 못하지만 정황과 구글 번역기를 돌려봤을 때 부부싸움한 것 같다며.

어쨌든 나는 신경을 다 끄고 음식에만 집중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에 갔을 때(보통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지 않는다) 주인장이 방명록을 적어달라고 해서 좀 당황했다. 한국어로 서비스는 참 안 좋았지만(에둘러서 뭔가 엄청 바쁘고 정신없는 서비스... 정도로 적었던 듯) 고기맛은 꽤 괜찮았다고 적고 나왔다. 주인장도 자신의 서비스가 안 좋았단 걸 시간이 지나 조금 알게 됐는지 머쓱해하며 고맙다고 했다(사람들 중엔 본인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형태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그 사람도 그중에 한 명이겠구나, 아니면 유독 그날이 그런 날이었나 보다 하고 넘기기로...).


그렇게 한 끼를 먹고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아뿔싸, 오늘 너무 정신이 없던 관계로 호스텔 현관 비밀번호 사진을 찍질 않았다. 여덟 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이미 리셉셔니스트는 집으로 갔을 터이고, 근처에 남겨져 있는 번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단 아직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라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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