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Caldo gallego를 맛보다.

by 널리

#38


강의를 듣고 났더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방으로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다. 한 시간 반 정도를 꼼짝도 않고 자다 일어났다, 많이 피곤하긴 했었나 보다. 생각해 보니 순례길 끝나고 이렇게 낮잠을 잔 건 거의 처음 아닌가 싶었던... 그도 그럴 게 괜히 혼자 바빴다. 샤워하고 빨래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동영상 편집을 하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한숨 늘어지게 잤더니 또 배꼽시계가 울리는 건 당연지사. 어차피 아주 가까이는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1 km 떨어져 있는 Padrón으로 다시 가기로!

Padrón 이 되게 오래전 건설된 도시가 맞긴 한가 보다, 다른 어느 곳보다도 건물들이 날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 걸 보니. 이리저리 거리를 헤매다 딱히 눈에 띄는 식당이 없기에 광장 같은 느낌의 공터에 자리에 곳엘 들어갔다. 외부 테이블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었기에 뭐라도 먹을 게 있겠지 싶어... 들어갔더니 역시나 영어가 통하질 않는다. 구글 번역기와 손짓발짓 섞어가며 의시소통한 결과 여기는 내가 원하는 밥 종류는 팔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아저씨의 한 방! 'Caldo gallego가 있어!!!', 아마 내가 매리엘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 지나쳤을 그 이름! 칼도 갈레고! 스페인에 왔다면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로 소개해줬던 그녀 ㅎㅎㅎㅎㅎ 그렇담 먹어봐야지. 칼도 갈레고 하나와 맥주를 한잔 시켰다.

밖에 자리를 잡았더니 누군가 또 인사를 건넨다. 전 부인이 한국인이었다던 그 이탈리아분 ㅎㅎㅎㅎㅎ 친구들과 왔는지 북적북적하다. 짧게 목례만 하고 앉아있었더니 조금 뒤에 주인아저씨가 맥주와 빵, 그리고 칼도 갈레고를 서빙해 준다. 비주얼을 보자마자 뭔지 알았다. 순례길 오기 전에 구독했던 한 순례자 분이 소개해줬던 우리네 감잣국 비슷하다던...


맛은, 시래기 토란국 정도려나... 아주 자극적이지 않고 포근한 맛이다. 닭과 감자는 어딜 내놔도 포근하다. 시래기 같은 것과 감자, 콩 종류로 푹 고아낸 듯한 수프, 빵과 함께 먹으니 한 끼 먹은 것처럼 든든하다. 사실 수프만 먹긴 그래서 이후에 또 뭘 더 먹으러 길을 나서야 하나 싶었는데 오늘은 이걸로도 충분하겠다, 점심을 너무 거하게 먹었던지라.


영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너무 친절했던 주인아주머니와 주인아저씨:) 그렇게 먹고 어둑어둑해진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날에 앞서(의도치 않게 가장 많이 걷게 된 마지막날) 경건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순례길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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