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프란시스코
미국 지사는 제가 정식으로 해외 지사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2003년 후반 들어서 급격히 어려워졌어요. 나중에는 현지 미국 직원들도 많이 해고해서 제가 개발도 하면서, 고객사들을 찾아다니며 밀린 사용 요금 수금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처럼 전세 개념이 없어서 월세로 빌린 아파트의 월세를 내야하는데 회사 월급이 밀려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2003년 겨울, 가뜩이나 겨울이라 해가 짧은 데다가 써머타임(Daylight Savings Time)이 끝나 갑자기 더 깜깜해진 창밖을 보며 헐리웃의 사무실에서 울적해하곤 했지요.
이제 미국 생활은 여기서 끝인가보다, 한국에 돌아가야 될 것 같다 고민하던 중에 당시 샌 프란시스코 인근 버클리에 살고 있던 친구를 만나러 처음으로 샌 프란시스코를 방문했어요. 그러고보니 그날도 크리스마스였네요. 처음 사진은 샌 프란시스코로 가던 길에 만났던 무지개에요. 뭔가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아래 사진은, 친구가 살고 있던 버클리의 아파트에서 찍었던 초승달이에요. 여러가지로 불안한 상황 가운데 만난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 가운데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샌 프란시스코로의 짧은 여행 동안에, 귀국보다는 미국내 취업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이곳저곳 미국 회사에 지원을 했어요. 아직은 서투른 영어로 전화 인터뷰를 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미국 회사 취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던 중에 S사의 K사장님으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연락이 왔어요.
제가 알하고 있던 회사가 처음 헐리웃에 오피스를 얻을 때 복층 오피스를 얻었는데, 아래층은 저희가 쓰고 윗층은 스타트업 S사에게 서브리스를 줬었거든요. 그래서, K사장님께서는 오며가며 제가 일하는 걸 지켜보셨지요. 나중에 저희 회사가 오피스를 옮기면서 S사도 이전해서 못뵙고 있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온거에요
파이널 판타지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일본의 스퀘어라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 시리즈인데, 게임도 게임이지만 게임의 영상으로 아주 유명하지요. 이 게임의 영상을 만들던 기술력으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하고, 하와이에 스퀘어 USA라는 회사가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그 회사에서 만든 영화가 바로 Final Fantasy: The Spirits Within이라는 작품이에요. 2001년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최고의 3D CG 기술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참패를 하고 스퀘어 USA를 망하게 하며, 본사인 스퀘어마저 경쟁사인 에닉스에 매각되게 만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