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요, -았/었어요, -(으)ㄹ 거예요
프랑스어에는 현재 시제뿐만 아니라 '복합과거, 반과거, 대과거, 단순과거'의 과거시제와 '단순미래, 전미래'의 미래시제가 있다. 각 시제에 따라 동사나 형용사의 변형이 있고, 인칭에 따라 또 변화하기 때문에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고 한다. 명사도 남성형과 여성형이 있어 정관사와 전치사의 변화도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어는 몹시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모음이 무엇인지, 어간에 받침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가면 된다.
물론 불규칙이 있고, 예외가 있어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할 수 있지만 대개는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유는 명확한 편이다. 시제에 따른 어미의 변화도 이 정도면 간결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오히려 벽에 부딪히는 부분은 잘 안 되는 발음, 구분하기 힘든 발음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의 'r'이나 프랑스어의 'h' 발음이 어려운 것처럼 외국인들은 'ㄹ'을 가장 어려워하지 않나 싶다. 'ㅈ와 ㅊ'도 못지않게 구별이 쉽지 않다. 'ㄱ, ㄲ, ㅋ'와 'ㄷ, ㄸ, ㅌ'와 'ㅂ, ㅃ, ㅍ'도 처음엔 쉽지 않다.
인생도 결혼 생활도 거기서 거기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몹시 다르고 속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이혼이나 죽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직 젊었을 때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내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살아 있을 때였다. 그러나 내 인생도 마찬가지고 내가 만나 온 그녀들의 생활을 보면 부정하기 힘든 말이다.
그나마 한국 사람끼리 결혼을 해도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볼 때 나만 잘한다고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성장 과정과 경험과 문화가 많이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간단한 일일 리가 없다.
그녀들 중 일부는 자기 나라에서 길지 않은 시간 - 어떤 경우 하루나 이틀인 경우도 있다 - 그 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 남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물어보면 물론 이유는 각각이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 보면 생각과 다른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친구 둘이 같이 선을 봤는데, 너무 다른 조건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10여 년 전 만났던 그녀는 한국에 온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고 했는데,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예, 아니요'도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알아야 할 수 있는 대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기 나라 말도 잘 읽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지도 공부를 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산에서 일을 했다고 했고, 남편이 농사짓는 것을 도왔다고 했다. 산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고향으로 보냈다고 했다.
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남편은 70대였다. 그제야 자신이 먼저 죽으면 그녀 혼자 살아가는 것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아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전처 자식들은 벌써 아저씨들이었다.
남편과 길게 얘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왜 이런 결혼을 했을까.
너무 가난해서 공부도 하지 못했고, 돈을 벌어야 했을 것이고, 그 나라의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게 되니 그녀의 나라에서는 결혼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나이는 많아도 땅이 많다고 하니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뿐이었다.
어쨌든 아기를 낳아야 하고, 키워야 하고, 한국에서 살아가야 하니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다.
공부를 하고 뱃속의 아이가 커가고 바깥일을 하지 않으니 얼굴이 조금씩 환해져 갔다. 집은 어두웠지만 그녀는 여러 가지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었고, 집 마당이 넓어 빨래만 널어놓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 술을 마시고 경운기를 몰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녀에게 청천벽력이었을까, 천재일우였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상속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보라고 조언하는 것뿐이었다.
그즈음 나는 그곳을 떠났다. 그녀가 순산을 했는지, 재산을 잘 상속받았는지, 재혼은 하지 않았는지 알지 못한다.
인생 고통 총량의 법칙이 그녀에게도 적용이 되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인생의 희로애락애오욕이 있고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 나와 가족의 인생이 한데 어우러져 살게 되므로 그 총량은 거기에서 거기가 될 것이다.
물론 복 많이 받고 태어나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고, 심각하게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긴 병마 끝에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인생의 깊고 깊은 곳을 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 위로를 건네 본다.
-아/어요, -았/었어요 : 동사, 형용사, '이다, 아니다'와 함께 생각이나 사실을 말할 때. 어간의 모음에 따라 형태 변화
-(으)ㄹ 거예요 : 미래, 계획과 관련된 표현. 어간의 받침 유무에 따라 형태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