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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Aug 16. 2022

사람책 도서관 방문기

사람책 읽기



입추가 막 지난 토요일 저녁 '사람 책 이야기'라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문자화 된 책이 아니라 사람 책이라니 재밌다.  장소는 농가 주택에 사는 건축가의 집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집주인이 집 구경을 해도 좋다며 편하게 맞이해 준다.



집에 들어선 첫 느낌은 잘 꾸며진 선물가게나 카페 같다. 분명 엉성하게 보이는 옛날 집인 데다 여기저기서 가져온 쓰던 가구들이며 물건들, 분명 개별적으로는 내 취향에 맞지 않은 것들까지 잘 어울리다 못해 서로를 빛내준다. 그리고 나를 푸근하면서도 설레게 만든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특히 낮은 천장에 압정과 실을 이용해 매달아 놓은 솔방울들은 너무 사랑스럽다. 천정에 꼭 박힌 압정의 작은 동그라미들이 조명에 별빛처럼 빛난다.


목포대에서 가져왔다는 커다란 탁자 맨 앞에 두 분의 사람 책이 자기소개를 했다. 진짜 사람 책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책을 읽고 작가와 바로 다시 궁금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신기하고 재밌다.


두 분의 건축가가 '공간과 건축'이라는 주제로 준비한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왔다. 한 분은 마을의 오래된 집을 '문화유산'이라고 했다. 그 집에 새겨진 오래된 시간을 소중한 가치로 여겨서 가능한 한 그 시간이 다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계속 사용하기 어려워졌을 때도 그 집의 기억들을 소중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애도의 기간'을 가지고 잘 보내야 한다고 했다. 사람책 작가는 집 혹은 건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여긴다. 오랜 시간이 쌓여있을 이 집은 이런 작가의 말을 듣고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내가 가졌던 푸근하면서도 설레는 느낌은 바로 이런 집주인이 자신의 공간과 물건들에 대한 마음이 다시 그것들을 통해 내게 전달된 것인지도 모른다.


  분의 건축가는 '잡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건축을 시작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는 10 동안 건축에 대한 자기만의 해답을 찾던  이미 지어진 오래된 집들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자신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지어낸  집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해답으로 보였다' 대목은 전율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는 한옥에서 사용하던 재료와 건축 양식,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장면들을 보여 주었다.   

작가는 건축에서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안목을 기르는 방법을 누군가 질문했는데 아랍의 전설을 예로 들었다. 안목을 기르기 위해선 성공한 경험이 많아야 하고 성공을 하기 위해선 잘못을 많이 저질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두고두고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은 이야기였다.


두 작가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양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해남 살이 3년이 돼가니 다른 면에서 오신 한 두 분 빼고는 다 아는 얼굴들이라 마음도 편했다. 제일 먼저 손을 들어 질문했다. 여행 중이던 젊은 두 청년도 긴 시간 눈을 반짝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며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다음 번은 해남 내려오기 전부터 좋아하던 농민화가 김순복 씨 차례라고 했다. 오늘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손사례를 치며 본인은 못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너무 기대된다. 그녀 책엔 나와 다른 어떤 삶이 기록되어있을지.


이런 모임이 지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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