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데 왠 장비탓
근 10년 가까이 왼손목을 지켜주던 순토 울트라 스파르탄이 작별을 고했다. 여기저기 많이 긁히기도 하고 끈이 끊어져서 교체하기도 했는데 어느날 오전 아예 버튼이 작동을 안 한다. 같이 등산도 많이 다니고, 수영장에서도 좋은 운동의 동반자였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작별이라니 ... ...
이 어떤 필연일까? 운명의 장난일까? 그 날 점심을 운동 마니아들과 먹으며 순토 이야기가 나왔다.
마라톤 마니아인 동료는 "엠제이, 이제 가민으로 갈 때가 되었어." 라며 가민265를 침튀기며 칭찬한다. AMOLED라 액정화면도 잘 보이고, 가민265를 차고 있는 사람은 '아 운동 좀 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서로 생각한다고도 한다. 50만원대의 가민 265,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그 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동료가 "엠제이, 나 선물받았는데 안 차고 있는 갤럭시워치 있는데 그거 어때? 나는 별로 필요없고, 운동하는 사람이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오 이런 멋진 제안이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기꺼이 그 동료를 위해 점심식사와 커피를 대접했고, 다음날 그 동료는 새 것과 동일한 갤럭시 워치5 를 전해주었다. 손목에 착 달라붙은 이 녀석은 수영장에서도 잘 기록돼고, 삼성 헬스를 통해서 스마트폰과 연동도 되어 정말 좋다. 가볍기까지 한 이 녀석의 유일한 단점은 '배터리'. 한쪽은 C타입 충전기, 다른 한쪽은 스마트워치 충전독이라 C타입 충전기가 들어가는 콘센트를 찾아야 한다. 갤럭시워치의 배터리는 길어야 3일이기 때문에, 늘 충전을 신경써야 한다. 울트라 스파르탄 배터리가 2주는 쉽게 넘겼기 때문에 더 적응이 안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50만원대의 가민도, 20만원이 넘는 갤럭시워치도 모두 '지출'이지만, 동료와의 점심 덕에 갤럭시워치를 얻었고, 몇 달째 운동을 잘 하고 있다. 물이 묻었을 때 액정 터치가 잘 안되거나, 운동 인식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기도 하지만, 수영에서의 이 정도 오류는 모든 스마트워치 동일하리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간사한 동물인건지, 가민 265가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특히 3번만의 완주에 3시간의 벽을 깬 마라톤 천재 동료, 수영장에서 같이 물살을 가르고 있는 옆 레인 아재 등 왼쪽 손목에 가민265를 차고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불쑥 물욕이 솟아 오른다.
하지만 나는 마라토너들처럼 달리기를 할 것은 아니고 수영기록이 주용도인데, 굳이 간지 중심의 가민이 필요한가 싶기도하다. 순토도, 갤럭시워치도, 그리고 (인터넷 평에서 본) 가민도... 표준적이지 않은 내 수영을 잘 추적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잘은 못치지만 골프에서도... 장비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내 몸뚱아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수영이라고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가민 265를 착용한다고 해서 갑자기 내가 펄펄 날아다닐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자리에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결국 나의 불만은 갤럭시워치의 배터리였고, 고속 충전기 경우는 1시간이면 완충이 되니, 회사 사무실에서 '쉽게 충전이 가능하도록 세팅하는 것'으로 지금의 물욕은 우선 누를 수 있을 거 같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고 보니 벨킨이나 맥세이프타입 충전기들이 엄청 많다. 역시 허술한 인간은 쉽게 마케터들의 공격대상이 되나 보다.
갤럭시워치가 살짝 불편해도, 나에게 스마트워치는 정확히~ 기록용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만족한다. 따라서이런 저런 돈 안 쓰고 다이소에서 5천원에 파는 C타입 고속충전 콘센트를 하나 사서, 배터리 충전을 자주 하고 다니면 될 거 같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그런지 내 마음이 갈대밭처럼 왔다 갔다 한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