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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Apr 01. 2022

고독한 사무실의 셜록홈즈..

띵크 어바웃 ME..

"범인은 왼손잡이에 키는 175 이상의 힘이 센 남자군요. 이 중 그 조건에 맞는 당신..이 바로 범인입니다."


거실 TV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코난이 탐정 아저씨를 재우고, 그 목소리를 빙의해 소리친다.


"어째...서... 범인이 왼손잡이에 힘이 센 남자, 즉 나라는 거지? 증거가 있어?"


"탁자 위에 놓인 컵을 보세요. 피해자가 죽기 전 범인과 차를 마셨을텐데 저 컵 손잡이의 모양을 보세요. 왼손잡이가 편하게 들도록 방향이 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호텔 방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저 창문. 저 창문은 열려 있는 게 이 호텔의 방침인데 굳게 닫혀 있고, 무언가로 내리치거나 한 흔적도 없어요. 저 창문은 무겁고 손잡이 돌리는 것도 매우 힘든데, 그렇다면 저 창문을 닫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힘이 세다는 뜻이죠."


발뺌하던 범인은 땀을 삐질 흘리더니 이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사건은 종결된다.


어릴적 침대 이불 속에서, 특히나 비오는 으스스한 날은 더욱 좋았다, 손에 침을 묻히며 여러 번 읽었던 셜록홈즈의 주인공 홈즈도 그랬다. 대략 이런 식이다.


"당신 구두에 묻은 진흙의 색깔을 보니 런던이 아닌 외곽에서 왔을 것이고, 오른쪽 소매끝 색깔이 바랬다는 것은 담배를 오른손으로 피웠기 때문이며, 소매 끝으로 보이는 손목 안쪽의 살색이 검게 그을린 것으로 보아 영국보다 햇살이 뜨거운 곳에서 장갑을 끼고 일을 했다는 것이며, 규칙적인 걸음걸이를 보니 당신은 아프리카 전쟁에 참전했었군요."  




그 고독한 셜록홈즈가 사무실에 나타났다. 이 책상 사진을 보고 책상 주인을 프로파일링 해보기로 했다.


# 핑크색 형광펜과 핑크색 포스트 잇, 그리고 핑크색 야구 미니어처... 핑크를 좋아하는 걸까?

# 야구 미니어처 모자의 T는 Tigers 이며, 저건 프로야구 KIA Tigers. 즉 이 사람은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군.

# 모니터 거치대 오른쪽의 농구선수 피규어를 보니 농구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등번호 35번이라면 지금 뉴저지 넷츠의 Kevin Durant인듯 하고, 주인장은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 농구 피규어 뒤에 휴대용 선풍기를 보니, 더위를 많이 타는 듯 하다.

   그렇다는 것은 출퇴근을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잘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스마트폰의 충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전화/카톡의 반응 속도가 빠르고, 늘 90% 이상의 충전상태를 보일 것이다.

# 야구 미니어쳐 뒤에 국립현대미술관 티켓을 꽂아둔 걸 보니 어쩌다 미술관에 가는 사람일 것이다.

   자주 미술관에 가는 사람이면 따로 티켓을 모아두거나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 농구 피규어 옆 블루투스 이어폰이 충전되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출퇴근시) 늘 무언가를 듣는 사람이다. 

# 블루투스 이어폰 옆의 살균 칫솔통이라... 위생은 나름 신경쓰는 거 같은데 미적 감각은 떨어지는 사람이다.

  핑크에서 혼란이 있었지만 점점 남자, 특히 아재임이 확실한 거 같다.

# 작은 모니터에 보이는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저 곳을 가서 오로라를 보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일 지도 모른다.

# 대형 모니터 위의 대형 스탠드가 켜져 있다는 것, 포스트잇 위의 인공눈물은 오랫동안 모니터를 보면

   눈이 건조하고 침침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을 사람일 것이며, 안경을 끼었을 확률이 높다.

# 작은 모니터를 모니터 암(설마 저걸 심미적으로 조화를 위해 구입하진 않았겠지)에 연결해

   높이를 높힌 것에서 그의 앉은키는 남들보다 크고, 거북목 등의 통증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 키보드 옆 작은 텀블러를 보면 은근 귀찮음을 무릎쓰고 매일 텀블러를 닦고,

   종이컵을 안 쓰는 나름 합리적인 사람인 거 같다.

#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모니터 뒤 선들이 엉망진창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는 최소한의 귀차니즘은 극복했으나 완벽주의자는 아닌 거 같다.

# 검은 키보드가 반질 반질 광이 나는 걸 보니 평소 사무실에서 키보드 타이핑을 많이 하는 거 같고,

  키보드가 자주 청소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가 일반형인 걸 보니 터널 증후군 등에는 시달리지 않는 것 같다.  

# 저렇게 큰 모니터 하나와, 탈부착이 되는 휴대용 모니터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니 엑셀을 포함해서

  여러 창을 띄워놓고 좌우에서 동시에 무언가를 분석하는 사람인 거 같다.

   또한 휴대용 모니터를 들고 미팅을 하거나, 자료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 키보드 거치대에 연필, 펜, 형광펜이 많다는 것은 무언가를 메모/기록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일 거다.

#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몸을 왼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여야 편한 자세이며,

   그 상태에서 키보드를 치고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이 사람은 필연적으로 오른손잡이일 것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른손잡이, 키는 평균보다 크고 거북목이거나 그 통증으로 조금 구부정하며 출퇴근길에 까만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아저씨. 안경을 썼거나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이 자주 필요한 사람.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지만 터널 증후군 등은 없는 직장인. 무언가를 분석하는 사람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릴 것 같은 사무직. 아이슬란드와 NBA를 좋아하고, 완벽하게 차려입은 정장차림은 아니지만 단정한 옷맵시를 갖고 있을 것 같은 아저씨.


거리두기는 완화한다고 하지만 사무실, 특히 팀의 절반 가까이가 확진이 되니 더욱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기 꺼려져서, 도시락/샐러드/샌드위치를 사무실 자리에서 먹기 시작한지 1달 가까이 되었다. 코로나 이전이면 자주 들여다 보지 않을 사무실 내 자리도 한 번씩 들여다 보게 되었다. 홈즈가 프로파일링한 저 사람이 내가 맞는 거 같기도... 등을 좀 더 펴고, 덜 아재스러운 복장으로 깔끔하게 다녀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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