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영을 하며 느끼는 것
아가미가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수영 강습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가 '잠영'이다. 오리발을 끼고 수영하는 날에는 특히 그렇다.
잠영은 잠수를 해서 발동작은 접영을 한다. 팔을 쭉 펴고 잠수한 상태에서 물 속을 횡단하는 것이다.
잠영이 좋은 것은 우선 느껴지는 물 속의 고요함 때문이다. 물 밖 수영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동굴처럼 크게 울린다. 하지만 물안경을 끼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물 속은 고용하다. 특히 아침 수영장의 수온은 꽤나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에 차갑고 조용한 물 속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수영장을 가는 길, 수영하는 틈틈히 '오늘 어떤 고민거리가 있더라? 무얼 해결해야 하더라?' 라는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지만, 물 속에 들어가 고요를 느끼는 순간은 그 고요함에 집중하게 된다.
수영에서 호흡을 처음 배울 때부터 '음~ 파'를 한다. 코로 숨을 내쉬고, 잠깐 물 밖으로 입을 내어 파~하며 숨을 들이쉰다. 잠영 때는 코로 숨을 내쉬는 '음~'만 있다. 숨이 차올라 더 이상 내뱉을 공기가 없어야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처음 잠영 때는 덜컥 겁부터 났다. '25미터를 내가 숨을 참고 갈 수 있나?' 하는 걱정.
사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길어야 2~30초 정도 숨을 참고 내뱉으며 가는 것인데 왜 그리 겁이 났던 걸까? 그래서일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발동작도 힘이 잔뜩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내뱉는 숨도 커지고 절반 조금 넘었을까부터 숨이 턱 막혀옴을 느꼈다. 결국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하~~~' 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어 겨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요즘 운동을 안해서 그럴꺼야. 왕년에 폐활량 좋았는데...' 라는 씁쓸한 자기 위안을 하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한 번 두 번 잠영을 더 해보니 조금씩 자신감도 생기고 몸에 힘이 빠지는 것도 느껴졌다. 그런 상황이 되니 내뱉는 나의 호흡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코로 음~ 하며 내뱉는 숨은 물방울이 되어 코, 입을 거쳐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밀려간다. 고요했던 물 속에서의 느낌에 보글보글 작은 물방울들이 더해지면 '벼랑위의 포뇨'처럼 물과 가까워진 것 같다. 계속 거품과 함께 물을 거슬러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25미터 레인을 통과하고 물 밖으로 '하~~'하며 나올 때는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번엔 발을 더 부드럽게 꾹꾹 눌러줘야지, 머리도 힘을 빼고 몸도 쭈욱 펴아지.'라는 자아비판도 물론 잊지 않는다.
ps 최근에 센터스노클이라는 장비를 끼고 수영을 해봤다. 잠수함의 잠망경같은 것을 입에 물고 숨을 쉬는 장비라 아가미가 달린 물고기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아가미가 없어 물 속에서 숨을 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잠영을 더 배워가면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