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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테씨 May 24. 2021

결혼한 딸의 뜬금없는 사랑고백

오늘부터 아빠한테 뽀뽀할래요

"자~ 다 같이 웃어볼게요. 하나, 둘, 셋, 찰칵"


아빠께서 인터넷으로 응모하신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에 당첨이 되셨. 새로 오픈한 사진관에서 홍보를 하기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였고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응모하셨다는데 진짜 되어버렸다. 


부모님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실천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었다. 가장 최근 가족사진을 찍었을 때가 5년 전인 나의 결혼식 때였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쪼꼬미 아들님이 한 명 늘어난 상태이고 아빠 엄마부터 나의 아들까지 포함한 '첫 대가족 사진 촬영'의 기회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을 찾을  예정이었고 아빠께서 그 날짜에 맞춰 촬영 예약을 해주셨다. 남자들은 검정 양말을, 모든 촬영인원은 각자의 청바지를 준비하라는 안내 연락을 받았다. 가족사진 촬영을 한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준비물을 챙겨 고향을 찾았고 드디어 촬영 당일 해가 떴다.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첫 대가족 사진 촬영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와의 촬영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혹여나 아들 때문에 촬영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사진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온 사진관을 질주하는 아들은 '울지 않아 다행이라며' 사랑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또 다시 손자를 향한 조부모님의 사랑은 얼마나 너그러운지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질주본능 4살 아들님 덕분에, 혹은 때문에, 보통 사진 촬영에서 가장 걱정되는 '어색함' 따위는 없었다. 온 가족의 시선은 물론 사진작가님의 시선마저 아이를 따라다니고, 거의 순간포착 수준으로 촬영은 진행되었다. 능수능란한 작가님 덕분에 손, 발의 포즈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하던 중 멈칫의 순간이 왔다.  


"아빠 옆에 두 딸들 서서 아빠 볼에 뽀뽀해볼게요~"

아빠께 뽀뽀를 해 본적이 언제였던가. 찰나의 생각과 함께 멈칫거림을 느끼셨는지, 하는 척 포즈를 취해보라며 작가님의 지시가 바뀌었다. 하지만 왠지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쪽!' 아빠의 볼에 뽀뽀를 했다. 어색한 듯, 쑥스러운 듯, 아빠께 뽀뽀하는 33살, 30살 두 딸과 뽀뽀를 받는 아빠와의 사진은 아주 잘 나왔다.   




나에게는 4살짜리 아들이 있다. 그리고 내가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하는 말이 있다.

"엄마 뽀뽀~! 아빠 뽀뽀~!"

"아들 사랑해! 뽀뽀!"


사진 촬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새삼 아빠께 그동안 왜 뽀뽀를 안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하루에 수십 번의 뽀뽀를 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아빠 엄마께 뽀뽀를 안 하기 시작했을까. 아직까지도 사랑한다는 말도 잘하고 포옹도 자주 하는 편인데 뽀뽀는 왜 안 하게 되었을까. 정답 없는 이 질문들을 생각하다가 새로운 결론을 내렸다. 지금부터 하자! 하고 싶다!  

 

나에게 부모님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많은 것을 주신 분들이다.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고향을 찾을 때마다 아빠한테 뽀뽀를 할 예정이다. 처음은 아니지만 처음 같은 오랜만의 뽀뽀를 하고 나니 또 하고 싶고, 그때 아빠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출산을 하고 나서 엄마께는 아주 가끔이지만 뽀뽀를 했었다. 앞으로는 아빠께도, 엄마께도 더 자주, 많이 할 예정이다.


연인 간의 사랑과 달리 부모님을 향한 사랑은 파란 하늘 같다. (출처 : Canva)

 

혹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부모님과의 사진 촬영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선 경험자로써 팁을 드린다. 부모님과의 포옹, 뽀뽀 연습해두시라고. 처음이 어려울 뿐 한 번 하면 두 번째는 쉽다. 촬영 연습을 핑계 삼아, 부모님께 그동안 못 해본 애정표현을 해보는 방법도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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