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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석 Oct 19. 2023

11화 - 완벽한 잠을 찾아서

잠만 잘 자도 인생은 성공한다

안녕하세요.

30 대 후반, 9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퇴사한 후 작년 8월에 평택에 있는 삼성 고덕 반도체 현장에서 숙식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기서 있었던 일들과 깨달음, 의미 있는 일들을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들은 매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했고 많은 응원과 공감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재중이고 이 글에 대한 반응(댓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시글 아래에 댓글이 있으며 브런치 댓글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https://m.clien.net/service/board/use/18086088




이번 글은 조금 깁니다. 그래서 몇 개로 쪼개서 연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때의 결과로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고 삶의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고 1~2주는 긴장 속에 지냈습니다. 미술학원 부원장에서 갑자기 전혀다른 환경에서, 심지어 숙식하며 지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친절한다한들 늦은 나이에 그것도 사회적 인식으로는 별로 좋은 곳은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너무 졸려요”

이곳에 처음 온, 군대를 막 전역하고 온 친구들이 하는 말입니다. 숙식 노가다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잠입니다. 만약 가정이 있고 집 근처에서 일을 한다면 자는 환경만큼은 익숙할 것입니다. 반면 외지에서 왔다면  군대만큼이나 낯선 환경에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심지어 보통 직장인들(또는 군인들)처럼 9 to 6가 아닌 7 to 5, 7 to 9이 되다 보니 7시까지 출근하려면 5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 6일을 반복하다 보면 피로가 자연스레 쌓입니다. 여기서 가장 괴로운 건아무리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저만의 문제인 줄 알았지만 막군대를 전역해서 체력도 강한 친구들조차도 힘들어했습니다.



마치 이런 느낌으로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되었을 즈음 도저히 잠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잔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새벽에 깨고 뒹굴거리다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신은 누군가 한번 세게 잡아당겼다가 놔버린 늘어진 셔츠 같이 오전 내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번은 다른 반장님들과 함께 업무 중 설명을 듣다가 서 있는 채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노가다 생활이 이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2시간인데, 점심을 아예 포기하고 휴게실 의자에 주저앉아 자버린 적도 많았습니다. 일이 고되기보다 제대로 자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게 지옥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버티던 중, 같이 지내는 룸메이트와 보드카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군무원인 친구에게 부탁해 나름 저렴하게 구입한 보드카와 편의점에서 구입한 과일안주들. 보통 때라면 술자리는커녕 빨리 잠들어야 하지만 이날은 일찍 자기를 포기한 채 룸메이트와 늦게까지 한 잔 하기로 한 것이죠.


‘늦게까지’라고 해도 결국은 밤 10시를 말합니다. 일반 회사원들처럼 내일 9시 출근이 아니라 7시 출근이기에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습니다.


약간의 안주와 보드카에 오렌지 주스, 포도주스를 곁들여 마시며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10시쯤 시뻘건얼굴로 살짝 비틀거리며 제 방으로 돌아와 드러누웠습니다. 그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하....” 한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오늘도 제대로못 잤구나. 또 오전에 휘청대겠구나 하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이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술기운에 취해 방 형광등조차 소등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잠들어 버릴 정도로 깊이 잠들었습니다. 대략 10시부터 4시까지였으니 얼추 최소 수면시간 6시간은 간신히 지킨 것입니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그날현장에서의 제 모습을 달랐습니다. 몸이 너무나 가뿐하고 자진해서 자재들을 옮기고 공구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한번 잠을 잘 자면 그날 하루가 얼마나 충만한지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심지어 점심시간이 되어도 낮잠을 잘 필요가 없었습니다. 눈이 너무나 말똥말똥했으며 굳이 자고 있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때 잠을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곤 한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완벽한 수면 프로젝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어났을 때의 개운함, 하루종일 에너지가 넘쳐나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지 깨달은 저에게 꿀잠 이외의 다른 쾌락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건데 이때의 노력 덕분에 삶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가능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삶에서 앓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나눠 보고자 합니다.


보드카가 효과적이다?

일단 보드카로 인해 깊은 숙면을 경험한 건 맞습니다. 어찌나 깊이 잤던지 다음 날 피곤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현장을 날아다니는 경험을 한 것도 맞습니다. 연예인들이 왜 프로포폴에 집착하는지 약간이나마 이해할 것같을 정도로 깊은 숙면의 맛은 중독적이고 새로운 쾌감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실험적으로 한두 잔씩(총 100ml 이하) 마셔보면서 잠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 만큼의 효과는나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날 숙취도 없고 깔끔했지만 확실한 숙면 효과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술에 의존해 잠든다라는 설정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두 잔이 두세 잔이 되고 나중에는 안주까지곁들인다면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으로 왜 막일을 하는 분들이 반주를 자주 하는지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잠들지 못해서 술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괴로움을 잊는 것도 있지만 술 덕분에 복잡한 생각 없이 잠드는 효과로인해 마시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같은 동료 중에도 자기 전 반주를 하는 습관을 가진 친구도 있습니다. 그 친구도 ‘살짝 취해 잠드는 ‘ 느낌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분명히 건강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또 술을 지속적으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 숙면을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섭취해 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방법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에어 매트리스라면?

그다음으로 눈을 돌린 것은 매트리스입니다. 숙식 막일을 처음 하면 숙소를 배정받고 빈 방과 함께 간단한 이부자리를 받게 됩니다. 그냥 숙소 구석에 있는 접이식 매트리스를 쓰는 곳도 있고 팀장이 직접 새로 세탁한 매트리스를 받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팀장님이 직접 업소에 부탁해 세탁한 매트리스와 이불을받았습니다.


이렇게 기본세팅(?)된 상태에서 노가다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서 받은 매트리스로 끝까지 가는 사람도있고 도저히 맞지 않아 자기만의 매트리스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퇴사할 때 다시 가져갑니다)


숙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함께 일하는 형님(’한 계단 위에 서 있는 형‘편 참고)이 에어 매트리스를 구입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가격도 15,000원 정도로 부담 없어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막상 받아보니 가장 작은크기로 주문했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두께와 작은 방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크기였습니다.


에어매트리스도 결국... 뭔가 삑삑 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매트리스 특유의 무게가 아닌 풍선 위에서 자는 듯한 가벼움, 몸을 뒤 척일 때마다 들리는 마찰음 소리가 거슬렸습니다. 결국 2번 정도 사용하다가 바람을 빼고 옷장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자기 전 ’Sleep Cycle'앱으로 수면패턴을 기록했습니다.

이 앱은 잠들기 전 옆에 충전기를 꽃은 채 앱을 켜 놓고 자면 수면 중 움직임, 코 고는 소리 등을 점수로 측정합니다. 심지어 유료 결제를 하면 코 고는 순간들, 잠꼬대 순간들을 녹음해서 직접 들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유료 결제를 해서 해당 기능을 이용했는데 지금 보니 구독제로 바뀌었네요!)

중간에 깼다 다시 잠들고.. 이런 패턴은 정말 피곤합니다.


일어날 때 반사적으로 앱을 통해 수면 점수를 확인했습니다. 시험을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성적표를 집어드는 학생처럼 앱을 확인했습니다. 대부분 4~50점대로 상당히 낮은 품질의 잠을 잤습니다. 한숨을 푹 쉬며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숙면으로 검색해서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꿀 정보는 ’ 검색어 + 커뮤니티 이름‘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검색할 때 단순히 숙면으로 검색하면 전문가 의사 분들의 ’너무나 당연한 ‘ 숙면팁 밖에보이지 않습니다.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그런 것들 말이지요. 하지만 뭔가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한정보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숙면이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알려주는 꿀팁이훨씬 구체적이고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 때는 구글 검색창 기준으로 ’ 숙면 OR 꿀잠 + 커뮤니티 이름‘으로 검색하면 해당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들이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터득한 숙면팁들이 가득합니다. 예를들어,


숙면 OR 꿀잠 클리앙 , 웃대


이렇게만 검색해 봐도 엄청난 팁들이 쏟아집니다. 어떤 글은 최신 연구자료까지 동원해 가며 자신의 팁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증명하는 글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자신의 현실에 맞는 팁들을 고르면 됩니다. 가장 쉬운 것은 자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물품들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암막커튼 구입

한 유저가 자신의 수면 생활은 암막커튼을 구입하기 전/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추천했습니다. 쿠팡에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대략 3만 원 정도면 창문 하나 충분히 가릴 정도의 두꺼운 커튼과 지지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보통 안대를 쓰고 잠들었기 때문에 암막커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눈만 가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부에도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눈을 감고 있어도 아침 햇살이 피부 위에 닿았을 때 우리가 일어나는 이유라고 합니다.


암막커튼은 이러한 피부의 센서까지 모두 무력화시킵니다. 방 불을 꺼보면 이전과는 다른 확실한 어둠이 찾아옵니다. 가로등 조명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 홀로 누워있다 보면 과거 인류가 빛 공해에 시달리지 전 시대가 어떤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동굴 속 원시인이 된 저와 동료들이 꺼진 모닥불 옆에서 찾아온 깊은 어둠과 함께 잠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좀 더 완벽한 잠을 위한 장비들, 꿀팁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완벽한 잠’을위한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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