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과 더닝-크루거 효과
정치권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사회가 '편가르기'를 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풍조가 점차 심해지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띕니다.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등 각자 자신이 몸담은 집단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현상에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로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이 아닐까 합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 반영된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듣고, 보고싶어하는 것만 제시합니다. 보수적 성향의 이용자에게 굳이 진보성향 논객을 지지하는 영상을 추천하지 않고, 남성들에게 여성 인권 운동에 대한 컨텐츠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 탓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원래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걸 보곤 합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주위에 날씬한 사람들만 보이고, 연인이 없어 외로울 때 유독 길에서 행복하게 웃는 연인들이 보입니다. 차량 구매를 망설이고 있을 때 내가 관심있는 차량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곤 하죠.
실제로 2008년 미국 대선 기간 중 빅데이터 업체 Orgnet의 창업자 발디스 크레브스는 아마존 닷컴의 구매성향 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마존 닷컴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책은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바마를 비판하는 책은 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구매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는 것이죠.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주로 읽는 것처럼요.
더불어 사람들은 작은 지식이 있을 때 자신의 지식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넬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데이비드 더닝과 그의 제자 저스틴 크루거는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의 심리학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과제를 수행한 뒤 스스로의 수행에 대해 평가했고, 이때 실력이 모자란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오히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성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학부를 갓 졸업한 학생은 자신이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반면, 박사과정 중인 학생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는 농담이 이러한 더닝-크루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자신의 확신을 내려놓고, 무지를 인정하고 지식을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내 의견과 반대되는 컨텐츠에도 주목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책을 더 읽고, 영상 컨텐츠를 더 많이 접하려고 하면서도 자신의 세계관과 반대되는 건 찾아보지 않는 경향이 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세계관의 껍질은 단단해지고, 나중엔 그 누구도 당신을 설득할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서 열린 마음과 유연한 사고로 세상을 대할 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