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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n 15. 2022

우리 학교 급식 어때요?

 확실히 작년은 할 말이 많다. 작년엔 영양사 선생님이 매달 수요일 메뉴를 복붙하셨다. 지금도 외울 수 있다. 온국수, 비빔밥, 짜장면, 볶음밥. 이렇게 4개가 예외 없이 등장한다. 사실 평일도 마찬가지였다. 메뉴 복붙이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다 큰 어른이 반찬 투정하면 못 쓴다는 생각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다행히 맛이 없지는 않았다. 문제는 양이었다. 급식실이 없어 교실 배식을 해야 하는데 1-6학년 급식차에 담기는 음식의 양이 다르지 않았다. 저학년 교실에 가보면 '에게? 이거만 먹고 그렇게 뛰어다닐 수 있다고?' 싶을 정도로 코딱지만큼 먹는다. 고학년도 그런 학생이 간혹 있으나 대부분이 어른만큼은 먹고 싶어 한다. 나는 덩치가 큰 편이다. 꽤 많이 먹는 편인데 양껏 배식받자니 눈치가 보여 점심은 무조건 소식했다.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급식실에 찾아가 비타 500도 드려봤지만 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영양사님이 바뀌셨지만 양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 작은 학교는 급식 예산도 그만큼 적어 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건가 보다 하고 넘기기로 했다. 그래도 겹치는 메뉴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영양사님이 존경스러웠다. 학교는 급식을 실시하는 곳이라 영양사님에 대한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는데 전입하시기 전부터 맛있게 하시는 분이라고 소문이 나있었다. 과연 그 소문대로 솜씨도 좋으시고 메뉴도 잘 짜셨다. 일례로 같은 과일 샐러드라고 적혀있지만 한 날은 열대과일을 주로 넣으셨다면 다른 날은 흔히 맛볼 수 있는 과일들을 넣으셨다. (구) 취사병 입장에서 그게 피땀 흘리는 노력이라는 걸 안다.


 또 기성 반찬을 통에 담기만 하시는 일도 하지 않으셨다. 최대한 뭐라도 더 넣어 담으려고 하셨다. 도라지 무침을 사시면 사과라도 채 썰어 넣으시는, 간도 심심하지 않게 하시는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아무렴 이게 급식이지 싶다. 아쉬운 건 예산이 부족해 항상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신다는 거다. 일주일에 두세 번 특히 수요일에 맛있는 급식이 나오는데 전파를 탄 그 영양사 선생님 못지않게 새로운 걸 많이 도전해 주신다. 너무 감사하다. 맛없어 보이는 건 다 내 사진실력 탓이다. 양념치킨 덮밥은 한번도 맛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이었는데 옆에 계란은 내가 가져온 거다. 전복죽에는 탱글탱글한 전복이 정말 많았다. 개인적으로 3번 같은 무난한 식단을 가장 선호한다. 빨고, 검고가 나오는.


 의외인 것은 학생들의 태도다. 튀김류, 면류, 피자, 햄버거 등이 나오는 날은 일단 환호부터 지르고 본다. 양이 많든 적든 관계없다. 배식받으면서도 양에 대한 불만이 항상 있지만 절대 불평하지는 않는다.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니까. 혹시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학생이 하교 후 돌연 라면이나 간식을 찾지 않는지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그런 학교는 배식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맛이 없는 경우니 꼭 민원 좀 넣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싶은 선생님들도 꽤 있으니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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