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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n 21. 2022

피구 대회

 동료 장학 공개수업이 끝나면 선생님도 놀고 싶다. 학생들에게 '수고했으니까 체육이다'라고 말하는데 그 속 뜻은 '(나도) 수고했으니까 체육이다'에 가깝다. 다행히 6학년 동학년 선생님들 모두 피구 대회에 적극 동의했다. 코로나로 6학년 전체가 모이는 피구 대회의 경우 꺼려지기 마련인데 코로나19 3년 차 교사는 이미 방역에 도를 텄다. 창문을 열고, 손 세척, 소독한 뒤 각 반에서 몸을 풀고 강당에 모였다.


 각 반에서 12명을 선발할 것이냐, 모두 다 참여할 것이냐 고민하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묘안이 나왔다. 각 반에서 홀, 짝 두 팀이 출전하고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피구 축제 정도로 의미를 바꿔보자는 거다. 게임은 승패 관계없이 10분씩 3게임하기로 했다.


 우리 반은 홀수에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짝수는 홀수를 보며 '와, 우리는 가망이 없겠다' 사기를 꺾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숨은 고수들이 드문드문 보인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경기에서 2반 짝수가 두각을 나타냈는데 장발을 한 남학생이 던지는 공은 정말 아파 보였다. 두 번째 경기에는 우리 반 짝수가 출전했는데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10분을 거의 다 사용한 경기는 유일했다. 두 팀의 실력이 비슷해 긴장감이 감돌고 볼거리도 많은 경기였다. 마지막 경기는 대망의 우리 반 홀수. 스포츠에 목숨을 건 남학생들이 다수 속한 팀이라 상대팀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특히 한 남학생은 학기 초에 피구 때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공 세게 던진다고 애들이랑 피구 할 때면 항상 페널티가 있었어요."

 부상자가 나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호각을 불었다. 다행히 경기는 무탈하게 끝났다.


 당초 계획할 땐 3경기만 하자고 얘기했었는데 경기를 마치고 나니 10분 남짓 시간이 남았다. 선생님들끼리 모여 가장 우수했던 두 팀을 뽑아 번외 경기처럼 진행하는 건 어떻겠냐 화두를 던지니 좋다고 하셨다. 2반 짝수와 우리 반 홀수. 학생들에겐 각 반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라 응원이나 경기 운영 방식을 놓고 싸움이 일어나면 어쩌지 염려했지만 결과는 굉장히 흐뭇했다. 관중석에서는 열띤 응원과 격려로, 경기장에서는 스포츠맨십이 돋보이는 10분이었다. 올해 6학년. 마냥 철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의를 갖춘 모습이 썩 잘 어울렸다.


 피구 축제라고 강조했지만 반에 돌아오니 학생들이 우리 반이 우승했다며 기뻐했다.

 "다 잘했어~. 다른 반도 정말 잘하더라!"

 "선생님! 우리 반이 제일 잘했는데 왜 우리한텐 칭찬 안 해주세요!"

 아차 싶었다. 사람이 이렇게나 어리석다. 혹시나 버릇이 잘못 들까 하여 다른 반을 치켜세웠는데 우리 반 학생들은 실력과 태도 모두 만만치 않았다.

 "선생님이 미안. 우리 반 오늘 너무 잘했어! 도진이랑 민준이는 말할 거도 없고 다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 석민이랑 현규가 굴러가는 공 안 놓치려고 아등바등 뛰어가는 거 너무 인상 깊었어!"

 그제야 아이들은 마음 놓고 기뻐하는 거 같았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서서 일할 수 있는 건지.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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