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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n 23. 2022

영화감독이세요?

 20년 전과 비교하여 교실에서 가장 달라진 건 아이들도 학부모도 아니고 주변 기기들이다. 사람 하나가 우뚝 서도 넉넉할 크기의 TV나 고함을 지르며 켜지는 컴퓨터 자리를 전자칠판과 날씬하고 깔끔한 모니터가 대체했다. 휴대폰이나 1인 1패드가 가능한 것도 2022년 교실의 진풍경이다.


 각 가정에서는 전자기기 오남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만 학교에서는 변화에 발맞춰 수업의 형태가 바뀌고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패드를 들고나가 꽃 이름을 검색한다든가, 구글아츠 어플을 사용해 증강현실로 미술 작품을 관람한다든가, 영상/PPT 등 발표 자료를 만드는 등 그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국어 6단원 마지막 차시는 영상을 만들어 발표하는 거다. 패드만 들었다 하면 일단 그 수업 동기 유발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간단하게 촬영 기법이나 화면 트랜지션, 컷 나누기 등을 가르치고 실습을 해봤다.

 "초등학생 촬영 영상 특징 하나. 컷이 너무 길다. 쭉 끌고 가지 말고 나눠 찍으세요. 특징 둘. 둘이서 대화하고 있는데 전신이 다 나오게 찍는다. 상반신만 나와도 충분합니다. 특징 셋. 미주알고주알 동선 촬영법. 집에서 학교로 가는 걸 찍을 땐 집에서 나오는 모습, 반에 앉는 모습이면 충분해요. 모든 동선을 다 찍을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만 알려주면 편집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결과물이 제법 자부할 만하다.


 주제는 자유 주제로 모둠에서 의논했고 스토리 보드도 짜게 했다. 세밀하게 장면을 구상하라고 금방이라도 각혈할듯 강조했더니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흡족스러웠다.


 대망의 작품 상영회 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학교에서 영상 촬영이나 편집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센스가 중요한데 6모둠이 '노담'이라는 주제로 촬영/편집 솜씨를 뽐냈다. 순간의 선택이 삶을 좌우한다는 내용은 평범했으나 센스가 돋보이는 촬영/편집이었다. 30초만 더 짧았으면 TV에 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박수갈채를 보냈다.


 여태 제작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작년 학예회 때 출품했던 '잼민이 게임'이었다. 이 작품을 애정 하는 건 나도 공을 들였기 때문이고 결과물도 제작 의도대로 재치 있게 잘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올해 '잼민이 게임'이 공고히 지켜온 위상이 위태로울 거 같다. 2학기 때 다른 주제로 영상 촬영을 할 텐데 6모둠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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