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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02. 2022

재밌는 오답

담임만 재밌을 수 있음

- 평가를 채점하면 재미있는 오답도 보인다.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쳤던 과학 시험지다

 '실험을 하려고'

 간단명료하다. 무관심하고 차가운 오답에 혼자서 너털웃음을 짓고 이걸 맞다고 해야 할지 틀렸다고 해야 할지 정말 3초 정도 고민했다.


- 사설을 읽고 느낀 점을 쓰는 평가도 있었는데 짠 거처럼 짧고 일관된 느낀 점도 많다.

'재미있었다'

 어디의 무엇이 재밌었는지, 더 찾아보고 싶은 내용은 없는 건지 피드백을 적어 주지만 허탈하기도 하다. 유일하게 있는 숙제가 사설 한 문단 베껴 쓰고 느낀 점 쓰는 건데 너무 성의가 없다. 그래도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쳐서 실소한다. 따지고 보면 꽤 귀여운 구석이 있다. 선생님이 뭐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을까. 고마울따름.


- 우리 반은 동기유발로 관련 퀴즈나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다. 경제 발달로 인한 사회 변화를 살펴보는 시간에 옛날 물건 사진을 보여주며 용도를 물어보면 기상천외한 답변들이 많다.

 우리는 대충 봐도 CD 플레이어라는 걸 알지만 한 남학생은 유심히 보고 무엇인지 단박에 알았다는 듯 아주 자신감에 차서 손을 들고 씩씩하게 말했다.

 "진공청소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땡!"

 꽤 설득력 있는 오답이라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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