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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09. 2022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무슨 연유로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교사들이 마약 검사를 받게 됐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떠도는 소문이 흉흉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로 차를 몰고 가며 자연스레 마약과 관련된 일화들이 떠올랐다.


 영국에 있을 땐 플랫메이트(flat mate)들이 그렇게 대마를 폈다. 저녁을 먹고 뒤뜰에서 밤바람을 쐬고 있노라면 예외 없이 두세 명이 무리 지어 나왔다. 담배를 말아 불을 붙이는데 연기가 풀풀 나더니 허브향이 퍼졌다. 천역덕스럽게 감탄하며 이 향기로운 건 뭐냐고 물었더니 나보다 어린 것들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해로운 거니 잠깐 들어가 있으란다. 난 왜 그때도 말을 잘 들었을까. 그 무리가 피는 게 대마라는 확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허브향이 날 때면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거 대마 맞냐고 물었다.


 암스테르담에 혼자 간 적이 있었다. 워킹홀리데이 막바지를 준비하며 유럽과 깔끔한 이별을 하기 위해 홀연 떠났다. 에딘버러, 하이랜드를 거쳐 도착한 네덜란드는 런던보다 더 흐렸다. 학생 신분일 때의 여행은 가난하나 체력이 넘쳐나기 마련인데 나는 트램이나 버스,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만 다녔다. 암스테르담에서도 골목 구석을 누비며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표정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 보는 걸 즐겼다. 한참을 걷다 지치면 저녁이었고 식사 후 호스텔로 들어가면 영국 청년 무리들이 떼 지어 자고 있었다. 밤에 흥청망청 놀려고 작정을 한 거 같았다. 밤 11시쯤 돼서야 슬 눈을 떠 한참을 재잘거리다 나갔는데 나는 그때서야 눈을 감고 귀만 쫑긋 세워 담화를 듣고 있었다. 나도 친구랑 올 걸, 네덜란든데 나도 친구가 있었으면 카페라도 가봤을 텐데, 하루는 나 하루는 너 하며 번갈아 한 번씩 경험해 보고 말았을 걸.


 지금 와서 생각해 보건데 그때 친구와 가지 않은 게 정말 잘한 거 같다.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게 아닐까. 호기심으로 한 번. 그러다 잘못 걸리면 중독이 되는 거고.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을  지만 요상하게 긴장되기도 하고  번도 받아본  없는 검사라서 다소 들뜨기도 했다. 전화를 걸어 예약할  업무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했는데 시간 착오가 있었나 보다. 병원에 가까워졌을 때쯤 시계를 확인했다. 13시였다. 11 이후에 방문하라고 했고 13시면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일반 병원도 토요일에는 13-14시에 문을 닫는 마당에 메디체크라고 늦게까지 할까. 정차한 틈을  얼른 휴대폰을 확인하니 영업 종료. 아주 제대로 허탕 쳤다. 어쩔  없지 . 이걸 핑계로 평일에 조퇴   하는 거지.


 작년에 검사를 받았던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간단하게 소변 검사, 혈액 검사 정도만 한단다. 물이나 잔뜩 먹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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