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연유로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교사들이 마약 검사를 받게 됐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떠도는 소문이 흉흉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로 차를 몰고 가며 자연스레 마약과 관련된 일화들이 떠올랐다.
영국에 있을 땐 플랫메이트(flat mate)들이 그렇게 대마를 폈다. 저녁을 먹고 뒤뜰에서 밤바람을 쐬고 있노라면 예외 없이 두세 명이 무리 지어 나왔다. 담배를 말아 불을 붙이는데 연기가 풀풀 나더니 허브향이 퍼졌다. 천역덕스럽게 감탄하며 이 향기로운 건 뭐냐고 물었더니 나보다 어린 것들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해로운 거니 잠깐 들어가 있으란다. 난 왜 그때도 말을 잘 들었을까. 그 무리가 피는 게 대마라는 확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허브향이 날 때면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거 대마 맞냐고 물었다.
암스테르담에 혼자 간 적이 있었다. 워킹홀리데이 막바지를 준비하며 유럽과 깔끔한 이별을 하기 위해 홀연 떠났다. 에딘버러, 하이랜드를 거쳐 도착한 네덜란드는 런던보다 더 흐렸다. 학생 신분일 때의 여행은 가난하나 체력이 넘쳐나기 마련인데 나는 트램이나 버스,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만 다녔다. 암스테르담에서도 골목 구석을 누비며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표정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 보는 걸 즐겼다. 한참을 걷다 지치면 저녁이었고 식사 후 호스텔로 들어가면 영국 청년 무리들이 떼 지어 자고 있었다. 밤에 흥청망청 놀려고 작정을 한 거 같았다. 밤 11시쯤 돼서야 슬 눈을 떠 한참을 재잘거리다 나갔는데 나는 그때서야 눈을 감고 귀만 쫑긋 세워 담화를 듣고 있었다. 나도 친구랑 올 걸, 네덜란든데 나도 친구가 있었으면 카페라도 가봤을 텐데, 하루는 나 하루는 너 하며 번갈아 한 번씩 경험해 보고 말았을 걸.
지금 와서 생각해 보건데 그때 친구와 가지 않은 게 정말 잘한 거 같다.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게 아닐까. 호기심으로 한 번. 그러다 잘못 걸리면 중독이 되는 거고.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을 리 없지만 요상하게 긴장되기도 하고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검사라서 다소 들뜨기도 했다. 전화를 걸어 예약할 때 업무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했는데 시간 착오가 있었나 보다. 병원에 가까워졌을 때쯤 시계를 확인했다. 13시였다. 11시 이후에 방문하라고 했고 13시면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일반 병원도 토요일에는 13-14시에 문을 닫는 마당에 메디체크라고 늦게까지 할까. 정차한 틈을 타 얼른 휴대폰을 확인하니 영업 종료. 아주 제대로 허탕 쳤다. 어쩔 수 없지 뭐. 이걸 핑계로 평일에 조퇴 한 번 하는 거지.
작년에 검사를 받았던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간단하게 소변 검사, 혈액 검사 정도만 한단다. 물이나 잔뜩 먹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