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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14. 2022

세상에 이런 변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간 걸 보고 계단 쪽으로 몸을 틀었다. 1층은 항상 철문을 뚫고 새어 나오는 방향제 향기로 지독하나 그날은 유독 악취가 났다. 갸우뚱하며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 옆으로 꺾여 폭이 넓은 계단참에 그게 놓여 있는 걸 목격했다. 강아지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으나 이 정도면 인간보다 큰 강아지 아냐? 싶어 사진을 찍었다. 꿈은 아니었다.

 "얘들아, 아침에 이러쿵저러쿵. 이런 일이 있었거든. 더러운 얘긴데 좀 공유해도 될까?"

 "순서가 틀리지 않았어?"


 살면서 비슷한 또래의 배설물을 보는 일이 흔하지는 않으나 유독 인연이 깊은 건지 중학생 때의 일화가 떠올랐다. 시험 마지막 날이었고 마지막 교시. 실과나 음악처럼 못 쳐도 그만 잘 쳐도 그만인 과목에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지만 뒤쪽으로 대각선에 있는 짓궂은 학생이,

 "아, 똥냄새."

 타종에 맞춰 앞으로 대각선에 있는 학생이 뛰쳐나가기 전까진 쇼라고 생각했다. 갸우뚱하며 쳐다보고 있으니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뒤로 대각선 학생은 사실을 큰 목소리로 전달했구나. 담임 선생님께서 손수 걸레를 들고 오셔서 정리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존경의 눈빛으로 나도 저런 선생님이 돼야지 했다.


 이건 교사의 개인적인 회고록은 아니다. 그런 선생님이 됐다는 자랑은 더욱 아니다. 교단 일기에 써야 했던 이유가 있을 터. 더 이상의 얘기는 생략하겠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메모에 여분의 체육복 상하의를 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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