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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21. 2022

휴먼, 바보입니까?

 자기 마음대로에 벌떡벌떡 일어나질 않나 체육 교구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했는데도 들어가고 수업 시간에 해찰을 부리다 한참 지나 몇 쪽이냐고 물으면, 그게 5개월 동안 쌓이고 쌓이면 그릇이 넘쳐. 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 때문에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 조금 거칠어진 거 같긴 해. 조금 조용히 할까에서 조용히 해라로. 이름에서 야로.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표정이 좀 안 좋으면 가까이 안 올 법도 한데 쉬는 시간마다 와서 미주알고주알. 엘리베이터가 무서웠다는 둥, 쟤 때문에 속상했다는 둥. 너무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어. 딱 며칠만 더 참자. 고배를 마시는 느낌으로, 고난이 어렵지 않으면 어떻게 고난이겠냐며 스스로를 달래며.


 점심시간에는 뭐가 그렇게 소란스러운지 연구실에 가서 쉬라며 성화. 아니, 내가 있을 곳도 너희가 정하는 거야 이제? 또 피구 하러 가자고? 뭔 이벤트를 준비하는 거야 도대체.


 6교시에는 교과서 버리러 나갔다가 운동장에서 놀자길래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나가는 도중 갑자기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우르르 몰려 올라가는 여학생들. 무슨 꿍꿍인지 안 봐도 훤한데 오늘은 유독 이벤트 준비가 길구나.


 한참을 안 내려오길래 올라가려고 했더니 그제야 내려와서는 태연하게 스탠드에 앉아서 속닥속닥.

 "얘들아, 나와서 햇빛 샤워해. 더워도 나와서 햇빛 좀 쐐."

 말하는 중 종이 쳐서 애들을 보내고 터덜터덜 올라갔더니 우당탕탕 들리는 소리. 칠판과 컴퓨터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편지들.

 한 학기 동안 감사하다는 내용, 아프지 말라는 말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반응이 좀 삐걱거렸어. 쓰는 사람이다 보니 다른 출력이 조금 떨어지긴 해. 부끄사 안 한 게 어디야. 멀리서 내 반응을 촬영하고 있는 걸 보곤 조금 더 오버스럽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려나.


 참 바보 같다. 너희들이 아니라 내가. 너희들은 이렇게 항상 나를 좋아하는데 나는 종종 버겁다는 사실이.

 세상에 어른들만 있으면 얼마나 지루할까. 어른들은 새로운 걸 많이 만들어. 그런데 그게 날 기쁘거나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해. 그러나 아이들. 내가 했던 것들을 똑같이 따라하고, 영화의 클리셰보다 더 흔하고 뻔한 것들을 하는 아이들. 그게 그릇을 비우게 하고 깨끗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기뻐 꺄르르 거리며 휴대폰 잃어버렸다고 했던 거도  연기라자랑을 하는데  알고 있었어. 모르는   거지. 어쩌면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너희들이 나를 가르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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