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마음대로에 벌떡벌떡 일어나질 않나 체육 교구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했는데도 들어가고 수업 시간에 해찰을 부리다 한참 지나 몇 쪽이냐고 물으면, 그게 5개월 동안 쌓이고 쌓이면 그릇이 넘쳐. 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 때문에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 조금 거칠어진 거 같긴 해. 조금 조용히 할까에서 조용히 해라로. 이름에서 야로.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표정이 좀 안 좋으면 가까이 안 올 법도 한데 쉬는 시간마다 와서 미주알고주알. 엘리베이터가 무서웠다는 둥, 쟤 때문에 속상했다는 둥. 너무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어. 딱 며칠만 더 참자. 고배를 마시는 느낌으로, 고난이 어렵지 않으면 어떻게 고난이겠냐며 스스로를 달래며.
점심시간에는 뭐가 그렇게 소란스러운지 연구실에 가서 쉬라며 성화. 아니, 내가 있을 곳도 너희가 정하는 거야 이제? 또 피구 하러 가자고? 뭔 이벤트를 준비하는 거야 도대체.
6교시에는 교과서 버리러 나갔다가 운동장에서 놀자길래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나가는 도중 갑자기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우르르 몰려 올라가는 여학생들. 무슨 꿍꿍인지 안 봐도 훤한데 오늘은 유독 이벤트 준비가 길구나.
한참을 안 내려오길래 올라가려고 했더니 그제야 내려와서는 태연하게 스탠드에 앉아서 속닥속닥.
"얘들아, 나와서 햇빛 샤워해. 더워도 나와서 햇빛 좀 쐐."
말하는 중 종이 쳐서 애들을 보내고 터덜터덜 올라갔더니 우당탕탕 들리는 소리. 칠판과 컴퓨터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편지들.
한 학기 동안 감사하다는 내용, 아프지 말라는 말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반응이 좀 삐걱거렸어. 쓰는 사람이다 보니 다른 출력이 조금 떨어지긴 해. 부끄사 안 한 게 어디야. 멀리서 내 반응을 촬영하고 있는 걸 보곤 조금 더 오버스럽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려나.
참 바보 같다. 너희들이 아니라 내가. 너희들은 이렇게 항상 나를 좋아하는데 나는 종종 버겁다는 사실이.
세상에 어른들만 있으면 얼마나 지루할까. 어른들은 새로운 걸 많이 만들어. 그런데 그게 날 기쁘거나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해. 그러나 아이들. 내가 했던 것들을 똑같이 따라하고, 영화의 클리셰보다 더 흔하고 뻔한 것들을 하는 아이들. 그게 그릇을 비우게 하고 깨끗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기뻐 꺄르르 거리며 휴대폰 잃어버렸다고 했던 거도 다 연기라고 자랑을 하는데 다 알고 있었어. 모르는 척 한 거지. 어쩌면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너희들이 나를 가르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