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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귤 Oct 30. 2016

비가 내린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움을 안고 떨어진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즐겁게 들리던 빗소리였는데, 왜 이리 슬프게 들릴까?

손을 맞잡고 같이 들어주던 이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어떤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원래부터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처럼.

빗소리가 마치 이제는 꿈에서 깨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이 세차게 다가왔다.

정신 차리라고, 이제는 현실을 마주 볼 시간이라고.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눈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하나가 떨어져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물방울들이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듯, 쉴 틈 없이 계속 쏟아졌다.

비가 그칠 때까지 나는 비구름 그 자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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