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츠비 Apr 08. 2023

[기러기의 일기 6]

디오니소스적 긍정으로

최근 니체의 말과 사상에서 정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고,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다. 그중 최근에 접한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긍정에 대한 이야기는 불행으로만 여겨질 수 있는 현재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삶의 원동력으로 이용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행복과 불행에 대해 니체는 그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세상의 슬픔 바로 옆에서 그리고 흔히 자신의 화산지대 위에 행복이라는 작은 정원들을 건설해 왔다. 그는 도처에서 모든 행복이 재앙 곁에서 싹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땅이 화산지대였을수록 더 많은 행복이 있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같이 성장하고, 같이 성장을 멈춘다는 니체의 말이 깊이 와닿았다. 내내 행복할 수많은 없고, 불행하다고 해서 계속 불행한 것도 아니다.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불행이 온 뒤에는 이내 행복이 뒤따른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행복하다면 불행해지겠지 하고 걱정하는 것보다는 행복한 지금 순간에 집중하면 될 일이고, 불행하면 행복이 곧 따라올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면 될 일이다.


불행을 겪고 있을 때 불행하다는 감정과 느낌에서 벗어나 어떻게 행복이 올 것이라고 믿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것과 관련해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이란 무엇일까?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외도로 태어났다. 하지만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질투와 복수심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때 아테네가 디오니소스의 심장을 따로 치워놓게 되는데, 제우스가 이 심장을 세멜레에게 먹이고, 세멜레에게서 디오니소스는 다시 태어난다. 이런 스토리로 인해 디오니소스는 부활, 기쁨의 신으로 여겨진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의 사례를 들며 '생성하고 성장하며 미래를 보증하는 모든 것은 결국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이 고통은 산모의 통증처럼 신성하다. 따라서 건강한 인간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운명을 흔쾌히 짊어지고 나아가야만 한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답이 있다. 니체의 말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고, 없어도 되는 것도 없다. 그것이 불행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니체의 아포리즘은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름답든 추하든 모두 긍정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것들을 오히려 내 가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극하는 자극제로 이용하면 불행 속에서도, 불행하다고 여겨지는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아내와 떨어져 사는 기러기의 삶이지만 기러기의 삶이 화산지대에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느끼는 애틋함, 소중함 등의 감정을 바탕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내가 열렬히 바라는 아내와 함께하는 삶, 아내와 아이와 함께 소박하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삶을, 그 장면을 떠올리며 이 화산지대를 버텨낼 것이다.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힘으로.



* 이 글은 장재형 작가님의 '마흔에 읽는 니체'를 읽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인용과 함께 기재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러기의 일기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