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Jun 17. 2024

나의 엄마의 말

완벽주의자의 말 

"넌 그래서 안되는거야." 


명절 연휴에 오랜만에 내려간 친정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일찍 일어나서 다시 경기도로 올라갈 준비를 하는데 엄마가 이것 저것 음식을 싸준신다. 

엄마는 우리를 보내놓고 큰댁에 가서 명절 준비를 하셔야 함으로 너무 분주하다. 

엄마가 음식을 이렇게 싸라, 저렇게 가방에 넣어라 여러 말을 하는데 나는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일을 해버린다. 


"이리 나와, 내가 할테니까. 넌 이래서 안되는거야."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결정타를 날려주시는 우리 엄마. 

엄마의 그 말은 오랫동안 가슴에 박혀서 '난 정말 뭘해도 잘 안되는 인간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엄마는 나와 언니와 남동생에게 늘 '부족한 수준'에 대해 지적하시곤 했다. 

무엇을 해도 '그렇게 말고 이렇게 하라'고 하셨다. 


그러니 나는자신감이 있기는 커녕 늘 움츠러드는 자세로 삶을 살아가곤 했다. 


이제와서 엄마를 원망하고픈 마음은 없다. 엄마에게도 엄마의 아픔과 상처가 있음으로.

도리어 세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엄마에 대한 연민은 더욱더 깊어간다. 

자녀 양육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셨지만 우직하게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심으로 자녀들에게 

사랑을 나타내셨던 아빠. 

아빠의 무관심으로 온 집안의 일과 시댁의 일들을 다 감당하셔야 했던 엄마.

엄마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으로 모든 것을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엄마는 어떤 일을 해도 잘 해내시는 타고난 '완벽주의자'이다. 

그런 '완벽 주의자'가 보기에 무엇을 해도 뭘 하나 빠트리고 실수하고 덤벙거리는 딸이 탐탁치 않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와는 다르므로 언제나 받아주고 포용하고 이해해주는 엄마가 되리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가 그런 엄마라고 자부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왔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어느날 첫째 택이가 말한다.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 

"엄마, 화 안내고 말하면 안 돼?" 

응....? 

그 뒤에서 아빠가 말한다. 

"너희 엄마는 원래 화가 많아." 

나는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다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어떻게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제대로 좀 하라고 !! 내가 잔소리를 하나 안하나!! 으아악~~~~~'


그렇다. 나 또한 잔소리가 많아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말들이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말'이었는데 듣는 이들은 듣기가 힘들었나 보다. 

이렇게 보니까 엄마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한다. 엄마도 그때 '나 잘되라고 했었나?'싶다. 


그러나 엄마에게 벗어나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늘 독립을 꿈꾸며 엄마를 미워했었던 나의 청소년기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이대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가 않는다. 


몰랐으면 몰랐지 나에게 이런 '잔소리 꾼' 기질과 '감정 폭발'형 모습이 있음을 깨달았으니, 나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선포했다. 

"얘들아! 엄마 이제 안내면서 말할거야! 여보! 이제 우아하게 말할거야. 지켜봐~" 


남편과 아이들이 베시시 웃는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왠지 믿지 못하는 눈치다. 

나도 믿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그 여정을 시작한다. 

'유순한 말' '분노를 쉬게 하는 말' '위로가 되는 말' 

그 말들이 내 입술에서 떠나지 않기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