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B랄 친구가 있다

내 B랄 친구 소개 편.

by 시쓰남

25년 9월 18일 아침 05시 57분


어제보다 10분 일찍 글쓰기 모드에 들어왔는데, 마우스로 워드를 내려오다 보니 57분이 되었다. 56분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오늘도 어김없이 5시 알람이 울렸고, 너무나 당연한 듯,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알람을 잠재웠다. 그래도 계속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기에 중간중간 시계를 보았고 45분쯤이 되길래 일어날 준비를 했다. 일어나서 어제 생각한 이 글의 배경은 아침 풍경으로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창문으로 가서 아침풍경을 찍어본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흐려서 그런지 제법 새벽 같은 어둠들이 남아있고, 어제보다 10분 정도 일찍 시작해서인지 여유가 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금세 환하게 바뀌어 있겠지. 어제 글을 쓰고 오늘은 어떤 주제로 나아가야 하는지 문득문득 생각했다. 나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하나 근데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할까 이런 질문들을 주고받으며, 결론은 학창 시절, 군대시절, 사회생활, 결혼생활 등 한번 연대기 식으로 펼쳐놓고 그때그때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곁들여 소개를 해볼까? 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해 1년을 만들기로 했으니 월별로 에피소드를 써볼까? 9월에는 어떤 일이 10월에는 무슨 사건이 있었지 라며 생각을 해보았고, 안 그래도 불안전한 기억과 에피소드가 없는 월은 어찌해야 되나 하는 마음에 아직도 큰 틀은 살아온 흐름대로 써 보기로 한다. 다들 비슷하게? 살아왔으려니 생각하고, 별 특별한 건 없을 거지만, 그래도 아 저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구나 하는 참고 정도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간중간 연대기식으로 써 나갈 태지만, 워낙 즉흥적인 걸 잘하는 사람이니 혹여 글이 여기저기 중구난방 이해불가? 인 상태가 되더라도 아 이 사람의 의식 흐름이 이렇게 펼쳐졌구나 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미리 선빵 치는 거다. 갖춰진 형식이란 게 없으니^^)

그럼 이제부터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부산의 Y섬에서 살았다. 모두 다 아시리라 본다. 부산에 섬이 하나밖에 없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4학년 4월까지 살다 5월 초에 전북 군산으로 이사를 갔다. 10여 년 정도 부산에서 살았던 어릴 시적을 추억해 보려 한다. 이 글을 쓰려고 하니 어릴 적 동네 친구 D와 J가 떠오른다.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였다) 입학하기 전부터 어릴 적부터 친구인 D와 J(사람들이 B알 친구라고 부르는 게 나에게는 이 둘이 그 범위의 친구일 거 같다. 쓰고 보니 더욱 보고 싶고 소중한 친구들이네).

먼저 D소개를 하겠다. D는 대가족이었고, 할아버지랑 함께 생활했고, 누나들도 엄청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D 집에 놀러 가면 눈에 들어오던 것은 학교에서 받아온 상장들은 액자로 해서 여기저기 순서대로 걸어 놓았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나도 다음에 학교에서 상장을 받으면 집에 저렇게 해달라고 해야지 마음을 먹었더랬다.(근데 학교에서 주는 상이 은근히 많고 받아오는 걸 모두 액자로 하기에는 집이 좁아 어려울 거 같았다. 필시 D집에서도 아주 중요한 것만 액자로 해서 기념하지 않았을까 한다.) ‘상’ 이야기가 나오니 내가 입학하고 제일처음 학교에서 받았던 상이 기억난다. (참고로 난 처음이란 것에 굉장한 집착이 있고, 그 추억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 상은 어린이날 기념을 위해 체육대회 같은 걸 했었고, 그때 학년별 달리기를 했는데 그때 3위를 해서 받은 상이었다. 상에는 순위대신 ‘우량’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어릴 때는 3위면 3위지 우량은 머냐며 투덜댔던 기억이 난다. 이때 재미난? 에피소드는 결승선에 들어와 순서대로 앉아 있는데 선생님이 순위권에 든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물어보고 있었다. 참고로 난 우리 담임 선생님이기에 내 이름은 알겠지 했는데, 모르셔서 그랬는지, 알면서도 기계적으로 물어보시는 건지 내 이름을 잘 못 받아 적으셔서 두 번이나 말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니 이름이 뭐라고? 한여남입니다, 한 뭐???(내 이름을 처음부터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은 잘 없다. 워낙 좀 특이하기도 하고 설마 ‘여’와 ‘남’을 연속해서 쓴 이름이라고 생각들 못했을 테니) 워낙 특이한 내 이름 때문에 난 전화번호부 책을 보면 항상 내 이름이 있는지 찾아보곤 했는데 한 번도 나와 같은 동명을 가진 분을 찾지 못했다(최근 들어서 나보다 해당 이름을 먼저 가지고 미술활동을 하시는 화가분을 찾게 되었고, 그분은 나와는 다른 성별을 가진 분이시다. 다음에 꼭 뵙고 싶고 그림도 한점 받고 싶다. 난 내 책을 선물로 드리면서) D집의 상장을 이야기하다 많이 흘러나왔다. 다시 본줄기로 들어가 보자. D는 대가족의 아이였고, 그때도 범생이 다운 느낌이 났다. 참고로 난 D나 J랑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학교생활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범생이 티가 났다.

그리고 J다. J는 막내아들이었고 형들만 2분 정도 계셨던 거 같다. 한분이 형인지 삼촌인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가끔 우리 랑 병뚜껑과 빗자루를 가지고 야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매번 집에 계셨는데 무슨 사정이 있어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삼촌과? 같이 야구한 기억이 기분 좋게 남아 있다. J의 집에는 장난감이 많았고, 그래서 학교를 마치면 J집에 자주 갔다. J하니 생각하니 숙제에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숙제 안 한 사람으로 걸려서 선생님께 혼이 난 추억이다. 지금도 그런 숙제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우리 땐 문제집을 어디까지 풀어오라는 식의 숙제가 있었다. 그날도 학교를 파하고 J와 함께 J네 집으로 갔다. 하지만 숙제는 하고 놀자는 주의였기에(어릴 때에도 꽤나 성실했다) 둘 다 모두 숙제를 하는데, 난 산수문제집을 풀어야 했다. 단답으로 풀리는 문제도 있지만, 풀이과정을 써가면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도 있었고, 나는 금기의 무기, 문제집 뒷면에 있는 해답을 보면서 열심히 답을 적었었다. 그러다 그때는 알지 못하는 단어 ‘생략’이 보였고 뜻도 내용도 모르면서 왜 산수 문제인데 숫자가 아닌 글자가 답으로 있지 조금은 의심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생략’을 문제지에 적으며 빨리 J네 장난감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란 기대감에 문제지를 닫았었던. 그래서 다음날 선생님께 불려 가서 ‘생략’으로 혼이 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쩐지 산수 문제인데 숫자가 아니고 글자 더라니 조금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땐 그 ‘생략’이라는 의미를 몰랐으니, 누가 봐도 딱 걸린 만한 내용인데 혼자서는 완전범죄인양 숙제 다했다고 열심히 놀았던 그런 한심한? 어린 꼬맹이였던 거 같다. J 이름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는데 교장선생님과 이름이 같았다. 그래서 상장을 받으면(나도 받고 누나도 받아오고 해서, 그리 자주 받아보진 못했지만) 항상 J의 이름이 상장에 박혀 있어서, 괜히 더 반갑기도 하고, 가짜 같기도 하고 그랬다. 친구 이름이 쓰여 있으니 꼭 소꿉장난하다 받은 느낌이 종종 들었기 때문이다. 압 막 3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 걸로.

J는 좀 짓궂기도 했는데 어느 날은 학교에서 분필을 가지고 와서 우리 집 앞 벽에 커다란 낙서를 해놓고 사라졌다. 몇 반 누구랑 얼레리 꼴레리 한다고, 아버지가 벽 낙서를 보고 오시더니 누구 아냐고 물으시길래? 어떻게 아시냐며 물었던 기억이 있고, 밖에 나가봐라 벽에 누가 써 놨더라 하시길래 단박에 이건 J짓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후로 J가 사과를 했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낙서를 지운다고 고생 좀 했던 기억은 있다. 참고로 그 벽은 D 집의 벽이었다. 우리 세니는 집도 가깝고 골목에서 유일한 같은 또래라 어릴 적부터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왜 그 골목길을 그리 뛰어다녔는지, 세니서 골목길을 여기저기 뛰어다닌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단짝처럼 붙여 다닌 삼총사였는데, 지금은 그럴 일 없겠지만, 어릴 적에는 반만 바뀌어도 조금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그 모임의 끈이란 게 풀어지는 것 같았다. 어찌하다 보니 조금 더 높은 곳으로(윗동네로 가는 거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삼총사의 유대관계가 조금씩 소원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전학오기 전까지는 우리 삼총사가 모이는 일은 잘 없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나의 B알 친구들 갑자기 보고 싶네, 이제 만나도 서로 얼굴도 못 알아볼 수 있겠다. 지금도 서로를 지나치는데 모를 수도 있고. D와 J 잘 지내지. 나도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서 살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우리가 뛰어놀던 옛 골목도 가봤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그 동네 개발이 안 돼서 우리 추억 묻은 공간이 많이 남아 있더라. 혹시 아직 거기 살고 있으려나?

두서없이 친구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 어릴 적 동네 B알친구 소개를 여기서 마쳐본다. 참 친구 J네 집에 장난감이 많았던 건 J형이 장난감 공장에서 일을 했었다. 그래서 형님이 오실 때마다 신상 자동차 장난감을 J에게 주셔서, 난 그 덕에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