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해 봅니다
25년 9월 17일 아침 06시 06분
5시에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고 글쓰기를 해야지 하는 어젯밤의 다짐은 미루어졌다. 5시 알람이 울렸는데 웬 지 모를 피곤함.
뭐 나 혼자만의 계획인데 하는 안일함. ‘조금만’을 다짐하며 눈꺼풀의 개방을 허락치 않았다. 다시 시계를 보니 5시 45분, 5분만 더 있다 일어나자 해서 결국 50분이 되어야 일어났다. 샤워대신 간단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컴퓨터 전원을 연결하고 아침부터 시끄럽게 돌아가는 컴퓨터 설정을 조금 고치느라 이것저것 손보고. 워드를 켜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6시 6분
어제 다짐과는 무려 1시간 조금 넘는 차이를 만들었지만(그래도 이 얼마나 대단하냐 혼자 다짐하고, 누구의 감시 없이 자율적으로 일어나서 한다는 게. 1시간이 지연되긴 했지만)
친구들이나 거래처와의 약속에서 1시간이 늦었다면 사달이 나도 큰 사단이 낫을 것이다.
거듭 “죄송하다”를 외쳤을 거며,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 주의하겠다”를 연신 내뱉으며, 안절부절못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남아 이것도 다행이다 나와의 약속은 이리 잘 깨고 뭉개더라도 외부의 공식적인 약속은 거의 칼같이 지켜온 나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무얼 써볼까 고민은 했더랬다. 어젯밤에 누워서 뭘 써봐야 하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일단 써 재 껴 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는데 자기 전 생각이 많아서 그랬을까? 아침에 개운하게 훌쩍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오늘이다. 늦게 일어나서 여명은 이미 찾아왔고, 지금 다시 창밖을 보니 주황색 가로등이 켜져 있지만 아침은 밝아 있고 곧 저 등도 임무를 다하고 퇴근할 것 같다.
오늘 아침날씨는 맑음이다 간간히 바람이 부는 게 제법 시원하다. 올여름도 무지 더웠다. 어쩜 이리 더울 수 있는지 한 해 한 해 보내며 신기해하는 중이다. 내 생각인데 매년 여름들이 작년보다 더 더운 것은 아마 여름 간의 인수인계가 잘 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의 자연파괴가 큰 원인일 거고 거기에 철두철미한 여름 형님들이 매번 다음 해 올여름 후임에게 올해 나는 이만큼 했으니 너희들 다음에 어찌하는지 보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 마냥, 더 신나게 더위를 뿌려 되는 것 같다. 어때요 이만하면 잘한 거 맞죠? 그러면서 서로를 경쟁하듯. 9월에 중순인데 곧 10월이면 모두 다 느끼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올 건데 이래 더워서야. 정말 흔히 하는 농담처럼 여름, 겨울 이렇게 2 계절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건 아닌지. 봄과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었단 다를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워낙 짧아진 봄과 가을이기에 다음 세대들은 정말 봄과 가을을 사전과 동영상을 통해서만 겪어보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글을 써야지 했는데 지금 쓰다 보니 “목표”을 정하지 않은 것 같다.
하루 한 장 쓰기, 하루 두 장 쓰기 같은 목표를 정하면 그거 맞추느라 어찌해서 든 글을 쓸 텐데(위에서 봐서 알겠지만, 나와의 약속이라 쉽게 깨질 수도 있다) 그런 정함 없이 글을 써본다. 오늘이 처음이라 모든 게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음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하루 이틀 하다 보면 나만의 루틴이 생기고 체계가 잡히려나? 아니면 오히려 더 자유분방하게 형식도 없고, 기한도 없고, 의무도 없는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래서 나는 이래서 안돼하는 좌절을 맛보고 있으려나? 미래가 궁금해지네. ‘퓨처셀프’에서 그랬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과거의 내가 하나하나 만들어 놓은 결과로 되어 있는 거라고. 나의 오늘 하루하루가 내 미래에 나를 조금 더 건실하고 칭찬해주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니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 본다.
“된다, 된다 잘된다, 더 잘된다” 사무실 출근할 때 항상 보이던 문구이다. 로비 앞에도 있고 심지어 화장실 각 사로에도 이 문구가 붙어있었다. 초 긍정의 힘. 나도 이 문구가 좋아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된다 된다 잘된다 더 잘된 다를 속으로 외치며 사무실에 들어가곤 했다. 누군가 현재형보다는 과거형이 더 좋다는 말해 됐다 됐다 잘됐다 더 잘됐다 라는 버전으로도 외치곤 했는데. 외치면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와줄 거라 했는데 그 도움을 받아 지금 내가 만들어진 건지 아직 조금 부족한 건지는 판단이 잘 안 된다. 이럴 때는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서 비디오 판독을 해달라고 떼써보고 싶다. Safe인지 out인지
글을 쓰다 보니 느끼는데 하루 2장이면 좋을 거 같다. 이거 생각보다 글자수도 많아지고 만만치 않은 거 같은 느낌이다. 컨디션 좋으면 2장 이상도 오케이. 노멀 하면 하루 2장. 정했다. 나의 목표!!!
내가 사실 이래 즉흥적인 부분도 있다. 사람이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배웠고 그리 실천해 보려 하다 가도 즉흥적으로 이렇게 뭐가 떠오르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타입이다. 물론 목표를 이렇게 즉흥적으로 정하는 일은 많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받아들여지면 가감하게 채용하는 나이다.
지금 시간 06시 34분 거의 30분째 글을 써가고 있다. 평상시 이렇게 모니터 앞에 앉아 작문? 을 하고 있는 건 보고서를 쓰거나? 아님 보고를 위한 메일을 보낸다 거나 할 때 말고는 잘 없는데 오늘은 나만의 글을 쓴다고 이렇게 앉아 있다니, 대견한데….
이렇게 자기 칭찬도 많이 하는 나이다. 방금 엔터를 치고 글을 몇 자 적으니 3페이지로 넘어왔다. 늦게 일어난 게 컨디션을 최상으로 이끌었나? 분명 일어나기까지는 쉽지 않았는데. 일단 3장으로 넘어왔으니 오늘 컨디션은 좋은 걸로 선언하겠다.
매번 두서없이 글을 쓸 거 같은데 점점 쓰다 보면 오늘을 뭘 쓸지 미리 고민도 하고 그에 맞는 에피소드들도 가져와 글을 쓸 거 같다. 글쓰기 소재들은 하루 생활하면서 기억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해 둬야겠다. 내 주변에는 참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난 행복하다. 여명을 맞으며 글을 쓰는 아침을 맞이하는 상상을 했는데 오늘은 실패. 벌써 해가 다 올라와서 아침 햇살이 우리 동네 구석구석 창문들에 비취 운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 울려고 그럴까? 더위를 피해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며 오늘의 글쓰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짓겠다
지금 시간 06시 3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