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노요코와 함께 주말을
100만번 산 고양이,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의 그림책을 지은 사노요코의 산문집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책모임에서 읽는다고 해서 봤던 책인데 책 앞에 나온 그림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나도 재미있게 봤던 그림책이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책은 작가가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까지 2003년부터 2008년 어느 날까지의 일기다. 작가의 일기를 읽으며 그의 그림책이 또 다르게 보이기도 했고, 그를 만나고 싶기도 했다. 아니다. 이미 그를 만나기도 했다. 그의 글을 읽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종종 그를 따라가며 그의 이웃이 되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는 벗이 되기도 한다. 참 운이 좋다. 그런 그를 만나게 되어 말이다.
7시 반에 눈을 떴다. 기분이 몹시 나쁘다. 오늘은 완전히 재수 옴 붙은 하루가 될 듯한 예감이 든다.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기분이 안 좋을 뿐이다. 아침에 상쾌하게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의 기분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나는 문자 그대로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튀어나와 계단을 구르듯 내려갔다. 1,980엔 주고 산, 트레이닝복 같은 빨간 잠옷을 입고 있어 다행이었다. 쓰레기다, 쓰레기. 불연성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불연성 쓰레기는 8시에 딱 맞춰서 수거해 간다.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못 버린다.(중략) 투덜투덜 불만에 차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중략) 나는 어젯밤부터 찝찝했던 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너 그거, 냉장고!”친구가 냉큼 대답했다. 아, 맞다. 머릿속 뭉게구름이 말끔히 개었다. “난 말이야, 통장을 봤더니 65만 엔이나 인출했더라. 어디에 다 썼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나는 곧바로 말했다. “너 그거, 부동산 취득세” “앗, 맞다” 어째서 남의 지출은 안 까먹는 것일까. 머릿속이 상쾌해져서 기쁘게 일어났다.-<사는 게 뭐라고> p30
사노요코는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나는 날이 잘 없다. 늘 어떤 이유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 처음에 나는 나이가 들면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나? 했더니 딸이 옆에서 나이 탓일까, 그냥 그런 사람이 있는 거지 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이 탓은 아니겠지. 나의 생각 때문일 것 같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다. 뭔가 나이가 들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 같고, 짜증스러운 일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작가의 일기는 정말 딱 제목처럼 ‘사는 게 뭐라고’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가는 작가의 소소한 사생활을 함께 따라갈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참 마음을 끈다. 계속 읽게 만든다. 친구의 애인에게 들은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맛보고, 아침에 일어나 카페로 아침을 먹으러 가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아침을 사 먹는 이웃을 만나기도 한다. 작가는 주변을 보는 아주 세밀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보는 눈도 가지고 있다. 자기 감정에 필터가 없고, 눈에는 아주 세밀한 작가만의 현미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대출을 연장했고, 주말에 책을 더 볼 생각이다. 주말에 느긋하게 그녀의 사생활을 따라갈 생각에 행복하다. 사노요코와 함께하는 주말이란, 정말 <사는게 뭐라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