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날이 아닌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듣기 좋은 겨울비 소리도 그저 그랬다. 소리도 풍경도 공기도 다르지 않다. 정지된 화면 속에 왔다 갔다 하는 종이인형같다.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하루가 분리된 기분이다.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지 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니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단지 그냥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다든지,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고 있는 거지.”-<곰돌이푸> 중에서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에 인용된 한 단락이다. 곰돌이푸가 하고 싶은 일을 나는 지금 하고 있다. 그리고, 하고 있지 않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리는건 아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마음의 여유가 없고, 걱정하지 않을 상황이 아니다. 몸은 수시로 통증에 시달리고,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차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가장 뭔가를 많이 하는 상황이다. 실로 나의 하루는 어슬렁어슬렁하지만, 어슬렁어슬렁이 아니다. 좀 어슬렁어슬렁해도 좋은데 왜 그러지않나까지 걱정하고 있다. 언제쯤 가벼워질수 있을까. 진심으로 가벼워져 어슬렁어슬렁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