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이 있는 한 군인이 있었습니다.
해군 특수전여단 교관으로 근무했으나 서해에서 전사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을, 딸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3월이 되면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하며 그 군인을 추모합니다.
그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내내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식순에 의해 여러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55명의 전사자들의 사진을 들고 전사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가족들의 보면서 저절로 울컥해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 행사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게 하는데 학생 때 외운 그 4절까지의 가사가 그나마 생각이 나 부르는데 더듬거리지는 않았답니다. 4절까지 부른 애국가는 학생 때 이후 처음이니 큰 50년 만에 부르는 것이 아닌지??? 애국가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쓰이는 건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니까 꽤 많은 참석자들이 노래를 했다는 건 그만큼 나이대가 있는 참석자들이었다는 사실.
근데. 휴우.....
AI기술로 만들어진, 죽은 이의 모습과 음성까지 되살린 그 군인의 동영상이 방영되었습니다.
" 여보......... 마누라 잘 지내지?......... 딸....... 사랑한다..........."
라고 말하는 그 군인의 화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헉! 했습니다.
'이게 뭐지?'
내가 그 군인의 미망인이라면 과연 디지털기술이 살려낸 남편의 동영상과 말을 듣고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1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미망인이 고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가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종의 애국심 포르노(적당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를 방영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해마다 그 동영상은 그 달에, 그 행사에 방영될 것이다.
이제는 젊지도 않을 그 아내. 그녀 나름대로의 노후의 삶이 있을 것이고 사별한 남편과의 추억과 서서히 잊혀 갈 텐데 해마다 3월이면 전사한 당시의 그 모습으로 그녀를 찾으며 사랑한다고 한다면?
어쩌라고? 부녀관계는 피로 이어진 관계라 끊을 수 없지만 부부관계는........
나는 그녀가 남편 생전 정말 좋은 추억으로 부부관계를 맺어왔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 동영상을 보게 되더라도 상처를 들추는 기억은 하지 않기를 그리고 그녀만의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다행인 것은 그 행사장에 고인의 아내와 딸은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여 <Mickey17> 같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지만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나를 보고 싶진 않다. 죽은 이를 되살린 영상을 보고 꼭 필요한 기술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역시 라떼이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