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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Dec 17. 2023

사태 자체에 대한 통찰

아도르노 <변증법 입문> 읽기

개념의 운동 내지 필연성 문제를 통해서 ‘역사적’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구체적인 인식을 통해서 그 개념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필연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따라감으로써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물화 현상’은 잘못된 거야 하고 치우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왜 일어나는지 필연적인 과정 속에서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필연적’이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들리는데 필연적인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냥 현상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그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가를 실제로 따라  잡아가는 것이다. 그것들이 이런 이유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구나라는 것을 따라가지 않고 그냥 현상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연관성을 보는 것이다.     


헤겔이 생각했던 사고방식 중에 ‘표상적 사유’라는 개념이 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사고하는 것이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라고 보는 것이다. 개념은 그 사물의 본질을 잡아내는 사유다. 개념적 사유를 함으로써 필연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사물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 발전하는 가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 그대로 그냥 경험 자료들 늘어놓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것을 어떤 다른 원칙, 생명의 원칙이라는 것으로 사물화 현상들을 비판하면서 생명의 원칙이 중요하다고 얘기해 봐야 의미 없다는 것이다.     

사물화가 일어났다면 그 사물화 현상들이 어떤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났는가를 하나하나 다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의 원칙을 얘기했지만 하이데거류의 존재 개념 가지고 그걸 다 따라잡을 수도 없다.      


그것은 역사적 필연성을 사태 자체에 대한 통찰과 결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태 자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한 사태의 역사적 필연성을 그 모든 단계에서 파악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번역본 33쪽)
 
 역사적 사태의 필연성을 모든 단계에서 파악한다는 것이다. 모든 단계라는 게 어느 것들을 단계로 봐야 되는지부터 해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 어려운 이야기다. 하는 데까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물화’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분업이 보편화되면서 모든 생산 영역이 다 토막토막 나 가지고 자기 것만 하고 나머지는 관심도 없고 모른다. 이것이 의식이나 감각에 계속 영향을 줘서 사고방식 자체가 특정한 부분만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부분들 간의 연관을 안 보는 것, 상호 작용을 안 보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 간다는 역동성을 안 보는 것이다. 내가 주체로서 거기에 개입해서 어떻게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실천적 관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세 가지가 사물화 된 사고방식의 주된 특징이다.     


변증법적 사고하고는 완전히 반대다. 루카치가 대리물로 등장시킨 것이 ‘총체성’이다. 총체성의 관점, 연관 속에서 봐야 되고, 역동하는 과정에서 봐야 되고,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천적으로 변화할 것인가를 따진다. 루카치가 말하는 총체성의 관점은 변증법적 방법이다.      


그래서, 사물화에 대립하는 것은 ‘생명의 원칙’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 현상들이 벌어질 때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에서, 예컨대, 분업이든 아니면 잉여 가치 착취를 위한 사회 시스템 때문이든 이것들을 세부적으로 다 봐야 된다.      


왜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주체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할 때 막연하게 생명력이 없어서 이러면 안 된다. 주로 사물화 된 의식에 빠져 있는 부르주아들은 그런 사고 속에서 나름 이익을 얻는다.  노동자들이 살아있는 인간 주체라고 사고할 필요가 없다. 그냥 노동력으로만 본다. 


반대로 노동자는 그래 가지고는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루카치는 총체적 관점을 변증법적 사고와 유사한 개념으로 쓰고 있다.      


헤겔 시대만 해도 이미 굉장한 갈등과 변혁의 시기였다. 프랑스혁명이 있었고 산업혁명이 진행되기 시작하고, 거기서 ‘소외된 노동’이라든지 빈부 격차라든지 이런 것들을 면밀하게 비판한다.     


헤겔은 국가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당대로서는 경제학 공부 꽤 많이 했고 시민사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끊임없이 만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져 사고만 한 것은 아니다.      


현실의 모순으로부터 사고에서의 모순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려고 했던 그런 측면이 있다. “이러한 운동성은 실제 역사에서 역사가 분열되어 있다는 점 역사가 모순들 속에서 전개되며 우리가 이러한 모순을 추적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번역본 34쪽)           



2023. 12. 17.          



*위 글은 아도르노의 <변증법 입문> 번역자(홍승용)의 강의 노트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테오도어 W. 아도르노, <변증법 입문>, 홍승용 역, 세창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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