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호평은 오늘날의 미⋅중 충돌을 다루는 지면에서 UN, WTO, WHO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통치 기구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미중 갈등과 한 세기 전의 영국-독일 갈등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1세기가 다른 점은 이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두 나라의 동맹국들이 전쟁을 통한 보복이 아니라 영향력을 위해 경쟁할 수 있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글로벌 통치 기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홍호평, 141)
훙호평은 “미⋅중 경쟁은 앞으로 다년간 더 심화될 것이 확실”하며, “합법적인 글로벌 통치 기구의 중재와 중국과 미국 경제의 재조정”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접근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접근법이 성공할지,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더 치명적인 충돌을 피하는 데 성공할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결론짓는다.(홍호평, 143)
훙호평의 주장대로 미⋅중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아담 레보어가 제시하는 글로벌 통치 기구들에게 ‘더 책임 있는 민주적 조직으로 만들라는’ 비판과 개혁을 요청하는 ‘운동’은 중요해 보인다.
그레이버가 들려주는 ‘글로벌 관리시스템’이 관리하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신식민지 제3세계 국가들의 역사적인 현실은 이렇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IMF가 강요한 긴축 프로그램들 때문에 전염병을 막기 위한 모니터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했고, 1만 명이 죽었다.(부채9-10) 그레이버는 “시티뱅크가 자사의 대차대조표에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무책임한 대출로 인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1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쓰고 있다.(부채9-10)
또한, “마다가스카르와 볼리비아, 필리핀 같은 (…) 제3세계의 채무국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한때 유럽 국가들의 공격을 받았거나 점령당한 국가들이다.”(부채10~11)
“예컨대 프랑스는 1895년에 마다가스카르를 침공하여 (…) ‘평정’한 뒤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그곳 주민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부분적으로는 마다가스카르에 ‘침공당한’ 비용을 물리기 위한 것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에 프랑스 군인과 경찰은 그런 정책에 격렬히 반대한 마다가스카르 주민 상당수를 학살했다(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1947년에 일어난 반란에서만 50만 명 이상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마다가스카르가 프랑스에 그에 버금가는 피해를 안겨준 까닭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런데도 마다가스카르 주민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이 프랑스에 빚을 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며, 이날까지도 프랑스에 그 빚을 그대로 지고 있다.”
“세계의 다른 국가들도 이런 식의 합의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부채11~12)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인지, 채무자는 누구이며 채권자는 누구인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그레이버가 IMF와 같은 ‘글로벌 관리시스템’을 파기하는 운동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2023. 2. 10.
훙호평:『제국의 충돌: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하남석 옮김, 글항아리 2022.
D. 그레이버:『부채: 그 첫 5,000년』,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