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밤에, 편지합니다.
밤에 물을 섞어 편지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내게 사랑은 하염없이 멀기만 하고, 같은 밤에 앉아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 당신도 그만큼의 거리에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묽어지는 나의 밤과 당신의 어둠이 같은 농도로 섞일 수 있다면, 당신을 생각하는 나의 밤도, 매번 어둡기만 하다며 웃던 당신의 밤도 조금은 포근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당신의 우울은 감정이라기보다 하나의 생활 같은 것이라, 나로서는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무언가를 고쳐보려 하는 마음도 당신에게는 어떻게 닿을 지 조금은 무섭고요.
다만 이렇게 풀어놓는 나의 마음은 항상 당신을 향한 기도와 다정이었다는 걸, 당신에게는 항상 마른 등을 쓰다듬어 줄 손이나 찬 발을 녹여 줄 조금의 온기이길 바랐다는 것을 당신이 조금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나의 욕심이겠지만요. 세상에 누구 하나가 나의 평안과 행복을 기도한다는 게, 곱씹다 보면 꽤나 따듯한 일이 아닙니까.
좋은 밤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사실은, 당신을 생각하다 보니 좋은 밤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게 사랑은 항상 그런 것이었습니다. 생각하다 보니 따스해지고, 생각하다 보니 웃음을 짓고 있던.
홀로 앉아 바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나, 다만 당신의 웃음을 바랍니다. 바라다 바라다 보면, 언젠가는 당신의 부은 눈에 소복이 쌓일 행복도 종종 찾아오겠지요. 그 행복을 원하고 바라다 보면 나의 눈도 종종 당신을 닮아 반달처럼 붓지만, 당신의 눈물을 조금 훔쳐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한번씩은 바보처럼 울다가 웃는 일들도 있습니다.
늦은 밤은 핑계 삼아 주섬주섬 하고 싶은 말들을 덧붙였습니다. 읽을 당신의 밤에 부담이나 소란을 덧붙인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미안합니다. 부디 슬픔이 없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