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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바티 Apr 11. 2021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어제 '원더(Wonder)'라는 영화를 보았다. 

사실 전에 한번 본 영화인데,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것을 보고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 중에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인생에 한번 쯤은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러고보면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얼마나 많은 굴곡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냥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안에는 남들이 모르는 수많은 어려움과 사건과 아픔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다들 멋지다.

재작년 연말인가, 아무튼 'COVID19'이전의 연말. 

캐나다 워홀생활 초반에 친했던 친구가 주최한 연말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그 친구는 예쁜데 스타일도 좋고, 착한데 강단도 있고 사교적인, '이 정도면 반칙 아닌가' 싶은 멋진 친구이다. 당시 친구는 서양식 파-티 처럼, 서로 모르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 서른명 쯤 초대했다. 


나는 '외향적인 척'을 할 수 있는 완전 내향적인 사람이기도 하고, 갈수록 귀찮음만 많아지기도 하는 탓에 한국에서 연락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양한 경험을 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꽤 기대가 되었었다. 

파티 중에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5분 이내로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여행 인플루언서인 분도 있었고, 세계 일주를 계속 하고 있다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스타그램 인기 피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와 멋지다', '나는 왜 저렇게 안했지' 싶은 존경심과 질투와 자책이 뒤섞인 마음도 드는 이야기도 있었고, 나름 평범하게 보이는 삶을 살지만 주말마다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멋진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모르게 SNS에 자랑하듯 나의 다양한 경험의 좋은 부분만 보여주고 나니, 나중에야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기립박수를.

나는 살면서 기립박수를 받을 날이 있을까? 

사실 그보다도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립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가진 것 없이 장학금만 믿고 상경해서 평생을 일하며 가족들을 혼자 힘으로 먹여살려온 우리 아빠,

일찍이 오빠를 잃는 아픔을 겪었고 치매가 온 엄마를 지켜보고 돌보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던 우리 엄마. 

학교를 다니며 몸이 불편한 분들을 씻겨주는 봉사를 해왔던 내 친구. 

하루에 출퇴근만 네다섯시간이 걸리는 직장을 다니며 폭력적인 남편을 오랫동안 견뎌온 다른 친구.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무게라는 게,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참 무겁다. 

한동안 못만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그들의 인생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기분이다.


영화로 만들어질만한 스토리가 없는 인생이라도, 사실 살아내는 것 만으로도 잘 하고 있다고, 고생 많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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