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나는 올해 처음으로 우리 팀에서 '조직 문화'를 담당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교육 담당자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업무는 따로 있다. 프로젝트 관리라는 본업도 하면서 조직 문화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할에 대하여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조직 문화 담당자도 반 강제적으로 이 역할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


연초에 내가 조직 문화 담당자로 내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온갖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매년 돌아가면서 이 역할을 팀 내에서 누군가는 맡아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조직 문화 담당자라는 감투를 쓰게 되었다.


조직문화 담당자의 주요 역할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팀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환경이란 범주는 다양하고 폭넓다. 작게는 부서 회식이나 분기마다 야외 활동 또는 봉사활동을 통해 부서원 간 소통과 단합을 위한 자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포함한다. 1년 동안 팀의 조직 문화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기획을 팀장과 협의하고 논의하여 실행하는 거창한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문제가 발생하면 숨기지 않고 바로 오픈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 정착하기, 경청하는 문화 만들기, 화내지 않고 대화하는 문화 만들기 등 다양하다.


이 부담스러운 역할을 맡은 지 벌써 4개월 정도 지났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갑자기 이 역할이 좋아졌다. 아니 보람도 느끼고 있다.


나는 습관이란 콘텐츠로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의 변화를 위해 글을 쓰고 조언해 주면서 그들의 변화를 돕는 일에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어차피 조직도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모여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이다.


회사 밖에서 사람들의 변화를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듯 회사 안에서도 조직 문화 담당자로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역할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나는 조직 문화 담당자가 된 이후, 우리 팀에 ‘영어 동아리’ 모임을 도입하고 실행하고 있다. 영어 동아리는 일주일에 한 번 아침시간에 30분 동안 업무 외적인 주제로 팀원들 간 서로의 의견을 영어로 주고받는 모임이다.


이 동아리의 목적은 팀원들 간 업무 이외 주제로 서로 소통하면서 평상시 소원했던 팀원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주고 동시에 외국 고객과 회의가 많은 팀의 업무 특성상 외국어 실력도 배양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모임이다.


처음 이 모임을 기획하고 설명회를 할 당시에는 팀원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여 걱정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1차 모임이 시작되자 나의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참석률도 높았고 토론 주제였던 영자 신문의 사설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열띤 토론을 하고 웃고 떠들다 보니 30분이 모자랄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하반기에는‘1인 1 습관 갖기 운동’ 을 기획하고 있다.


실행은 하반기부터지만 팀원들의 이해도와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이번 달부터 팀 회의 시간에 10분 정도 습관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연을 시작했다. 비록 내 강연에 대한 현장 반응은 너무 미지근해서 강연하는 동안 당혹스러웠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분의 1 정도의 사람들은 경청해 주고 공감해 주어서 그 힘으로 계속 2번째 강연도 다음 달에 잘 준비해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힘에 대하여 전파할 계획이다.


실은 나의 팀원 동료들에게 습관 강의를 하기 전에 회사 타 부서에서 먼저 내 강연을 요청하여 습관에 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회사 내에서는 처음 강연하는 설렘 가득한 순간이었다. 반응도 참 좋았었다.


그 막연한 믿음으로 우리 팀 동료들에게도 강연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인 것 같다. 그만큼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조직 문화 담당자로서 동료들의 차가운 강연 반응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회사의 부사장님이 어느 회식 자리에서 조직 문화 담당자들에게 강조한 다음의 조언 때문이었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조직문화가 엉성해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반면 회사의 미래가 불안할 것이란 징조, 매출이 급감하거나 공격적인 경영목표라고 해도 그 숫자가 부러지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불안해한다. 그 불안이 조금 커지면 불신이 되고 서로 남 탓을 하며 부정적 생각을 하고 무기력감에 빠진다. 올해가 그럴 수 있다. 이럴 때 조직문화가 중요해진다. 위기 속에서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너지는 조직 문화의 건강함 속에서 피어난다”


얼마나 감동적인 표현인가? 이 조언을 듣고 난 속으로 물개 박수를 쳤다. 건강한 조직 문화는 직원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너지의 원천임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중심에 조직 문화 담당자가 있고 난 올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부사장님의 조언은 마이크로소프트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그의 저서인 ‘히트 리프레시’에서 한 아래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3대 CEO 사티아 나델라 (출처: 구글 이미지)


"나는 CEO의 C가문화(Culture)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CEO는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다. 올랜도에서 내가 직원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회사가 사명을 이루기 위해 듣고 배우고 개인의 열정과 재능을 활용하는 문화를 지녔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




조직에서의 변화라고 해서 거창하고 획기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조직도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나의 팀에 ‘영어 동아리’란 모임을 도입하여 서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1인 1 습관 갖기 운동’을 도입하기 위해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가 나의 팀 동료들의 생각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는다.


이처럼 조직 문화도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바로 조직 문화의 토대가 된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 때문에 조직에서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오늘도 가볍고 날렵한 발걸음으로 회사 정문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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