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을 세거나, 다섯을 거꾸로 세거나
요즘 난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있곤 했었다. 눕자마자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회사 보고 자료 만드는 일, 아들러 심리학 공부, 다음 주 강연 준비 등 할 일은 태산 같은데 허리가 아프니 생각만 복잡해졌다.
뭔 부귀영화 누리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지? 다 포기할까?
라는 부정적 생각이 잉크처럼 내 마음에 번지기 시작했다.
부정적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조각같이 작은 부정적 생각도 방치하면 위험해진다. 이를 파국화라고 한다. 파국화란 주어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과장 해석하고 최악의 결과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인지 왜곡 현상을 뜻한다. 나의 경우에도 어느 날 '아~피곤해’라는 작은 투정이 콩나물 자라듯 커져서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갈까?'라는 위험한 상태로까지 발전해 버렸다.
주중에 태풍처럼 내 마음에 휘몰아쳤던 무기력감은 일요일 아침까지 이어졌다. 뭔가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요즘 자주 성당 미사에 빠지곤 했다. 이 날도 내 마음은 미풍에 흔들리는 갈대 같았다. 책상 의자에 앉아서 성당에 갈까 말까 수없이 줄다리기를 했다. ‘미사에 참석한다 한들 뭐가 바뀔까?’ 란 부정적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하루를 보냈다가는 더 큰 후회만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가을 냄새가 코 속으로 들어가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듯했다. 성당에 도착에 2층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새로운 장소에 있다 보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이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좁은 시냇물을 뛰어넘으려 하는 사람은 아마 뛰기 전에 셋을 셀 것이다. 셋을 헤아리는 게 그렇게 중대한 일일까? 뛰는 일과 셋을 헤아리는 일 사이에 필연적인 관련이 있는 것일까? 물론 관련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기분을 북돋워 모든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셋을 헤아려야만 한다'
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난다. 처음부터 꼭두새벽에 일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난 겨우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기에도 바쁜 게으른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습관을 실천을 하면서 습관을 실천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새벽 기상을 시도했었다. 처음엔 출근 준비를 위해 반드시 일어나야 했던 5시 40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5분씩 기상 시간을 앞당겼다. 그 결과 최근 1년 전에 4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출근 전에 책 읽고 글을 한 편 쓰고 출근하려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30분 앞당겨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새벽 기상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아이가 잠을 늦게 자거나 화장실에 간다거나 물을 마시려고 깨는 날은 밤잠을 설쳤고 그런 날은 새벽 기상은 힘들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비법을 찾아냈다.
새벽 기상에 성공할 확률을 높이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할 강력한 나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벽 기상에 성공해도 루틴처럼 해야 할 일이 없다면 몸이 아프고 피곤한 날에는 내 머릿속 부정적 생각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다. 만약 힘들게 새벽 기상에 성공했는데 할 일이 없어서 인터넷 쇼핑을 한다거나 SNS 이웃들의 근황을 확인하며 본능적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일주일에 2~3편의 글을 완성해서 SNS에 올린다는 강력한 목표가 있다. 이 목표는 새벽 기상의 강력한 동기가 되어준다.
또한 보상의 유무도 중요하다. 침대 속에서 내 부정적 생각과 씨름하다가도 새벽 기상 후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의 행복감을 떠 올리면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된다. 습관홈트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한 분은 새벽 기상 후 보상으로 냉동 몽셀통통을 먹는다고 한다. 이처럼 새벽 기상의 방해물인 부정적 생각과 싸워 이겨 낼 무기로 나만의 강력한 새벽 기상 이유와 보상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멜 로빈스가 저술한 <5초의 법칙>이란 책도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조언한 대로, 나의 뇌가 새벽 기상을 하지 말라고 부정적 생각을 쏟아 내기 전에 재빨리 다섯을 거꾸로 센다. 여러분도 경험해 보아서 잘 알겠지만, 침대 속에서 시간을 허비할수록 부정적 생각은 점점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그래서 5,4,3,2,1 이렇게 다섯을 거꾸로 세어 나의 뇌가 부정적 생각에 빠질 기회조차 주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상하기 위한 힘을 한데 모아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 밖으로 몸을 빼내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과 몸은 하나가 되어 협력한다. 우리의 마음이 바뀌면 몸을 흔들어 깨운다. 만약 여러분도 나처럼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부정적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마음속으로 셋을 헤아려 보자. 하나, 둘, 셋, 하고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좁은 시냇물을 힘껏 다시 뛰어넘어 보자.
나도 다시 셋을 세어보았다. 셋을 세면서 내 마음에 소리쳤다. ‘일단 셋을 센 후 컴퓨터의 강연 PPT 파일만 열어 보자’라고 작게 목표를 정했다. 여기서 욕심을 부려 ‘강연 자료를 완성하자’라고 했다면 셋을 세는 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셋을 세는 중요한 목적은 부정적 생각을 물리치고 내 몸이 작은 행동을 하도록 시동을 거는 것이다. 조금 뒤 그렇게 쳐다보기도 싫었던 강연 자료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첫 장의 강의 제목을 수정하고 날짜를 수정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랬더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렀고 강연 자료의 초안이 만들어졌다. 신기했다. 그런데 이런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부정적 생각에 뒤덮여 잠시 망각했을 뿐이다.
생각만으론 부정적 생각과 싸워서 절대 이길 수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