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170914
아들이 등교하기 전까지 두 개의 도시락을 싸야 한다. 밀린 급식비 때문에 밥이 안 나온단다. 한 개 같은 두 개의 도시락을 모두 챙겼다. 누굴 닮아 저리 과묵한지 학교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이 나간다. 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까지 바라본다.
큼.
그러다 남편의 기침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아침을 차린다. 아들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아침상엔 늘 우리 둘뿐이다. 그이는 어제도 술을 마시고 들어왔고 나는 오늘 아침도 북엇국을 끓였다. 요즘 북엇국을 자주 끓이는 기분이다. 매일 먹는 이 음식이 그이의 속을 달래줄 수 있을까.
우리 집 두 남자를 보내고, 라디오를 벗 삼아 설거지를 시작한다.
지지직. 달그럭. 덜그럭. 지익. 달그락.
고춧가루가 묻은, 남편의 침이 묻은, 우리가 결혼했을 때부터 함께한 그릇을 흰 거품으로 씻어낸다. 거품이 고춧가루와 섞여 붉어진다. 예쁜 선홍빛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날 것 같은 역겨운 주황빛에 가까운 붉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