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40304
우리는 한여름밤 맥주의 첫 입 같은 사랑을 했다. 지독한 갈증에 시달릴 때 편의점에 홀리듯 걸어가 집는 시원한 캔맥주.
치익. 탁. 꿀꺽.
가뭄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짜릿함을 주는 맥주 한 입. 사실 맥주는 이 첫 한 모금을 위해 마시지. 풀벌레가 울어대고 모기가 날아드는 열대야에도 나는 그 맥주 한 입이면 겨울 바다에 온 기분이었다.
있지, 나는 거품이 좋아
거품? 왜 거품이 좋아?
재밌잖아. 뽀글뽀글 소리도 좋고 그 하얗던 것이 결국은 꺼져버리니까.
너는 맥주의 거품을 좋아하는 뽀글뽀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거품 같은 사랑이 꺼져버릴까 늘 불안했다. 하얀 너라서, 뽀글뽀글한 너라서 결국엔 꺼져버릴 너라서.
이번 여름도 풀벌레가 울어대고 모기가 날아드는 열대야가 한창이다. 목덜미를 따라 땀이 흐르자 홀리듯이 우리가 즐겨 마시던 맥주를 두 캔 샀다.
치익. 탁. 꿀꺽. 치익. 탁. 꿀꺽.
거품이 다 꺼져버린 미지근한 맥주는 맛이 없다. 괜찮다. 맥주는 첫 한 모금을 위해 마시는 거니까. 남은 맥주를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캔을 우그러뜨렸다.
캉. 캉.
빈 캔이 공인 마냥 쓰레기통에 던져 넣자 비로소 우리의 열대야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