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의 사랑

사랑, 240312

by 하봄

너는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바다라고 대답한다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반갑다고 푸르게 웃었다. 그 웃음에 들숨이 조금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너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나무도 사랑한다고 했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 샴페인 한 잔을 따르더니 한 손으로는 그 잔을 들고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나무를 따라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춤을 추는 나무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나무 한 바퀴만 돌아도 너와 함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지구를 닮은 둥근 얼음을 한 조각 넣어 줄게.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그런 우리는 가끔 우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우리의 우주 세계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별의 모습이 산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지 않을까 상상하곤 했다. 외계인이 나무 그늘에 기대어 쉬고 있는 우리를 보고 있다면 저리 작은 것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을까. 외계인이 그리 생각을 해도 우리의 사랑이 지구별에서는 가장 거대한 사랑임은 확실했다. 광년의 거리에서도 우리는 함께 나무에 기대어 있었으니. 외계인이 우리 사랑의 증인인 것이지. 우리의 그 외계인에게도 둥근 얼음조각이 띄워진 샴페인 한 잔을 건네주자.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각자 시간을 보낼 때면 나는 각진 얼음을 사각사각 깎아내곤 했다. 깎고 깎아 이내 둥글어지면 너는 내 앞에 도착했었지. 나는 지금도 얼음을 깎고 있어. 보고 싶다는 말이야.


둥근 바다와 푸르른 너, 네모진 얼음 샴페인을 마시는 외계인까지.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를 사랑하겠지. 사랑하고 사랑해서 다 같이 손을 잡고 나무 한 바퀴를 빙 돌 거야. 아니 지구별 한 바퀴를 돌자. 이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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