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이별, 170817

by 하봄

친구가 짜증을 내더라

정해둔 답을 들으려고 이게 사랑일까라는 질문을 계속했거든

그냥 대화만 나눠도 좋다고

텍스트만으로 이렇게 설렐 수 있냐고

말 하나하나에 분홍색을 가득 칠하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떠들었어


근데 오늘은 말이 없더라

정해진 답이 아니길 바라며 끝난 건가라는 질문을 계속했는데

내 전화를 받아줬다고

아직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파래진 분홍색을 덧칠하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떠들었어


지저분한 보라색으로 변한 길 위에서

검은 그림자를 가득 안고

모든 색을 잃은 듯 청승을 떨었어

고작 분홍색 하나 잃었으면서

그래도 눈으로, 코로 내가 가진 투명함을 토했어

이 투명함이 사라지면 분홍이 돌아올 것만 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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