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1

운명, 251101

by 하봄

첫눈 1


모공이 잔뜩 움츠러드는 찬 바람을 타고 겨울 냄새가 났다. 문득 몇 해 겨울을 같이 보냈던 준이 생각났다. 머리를 다 말리지 않으면 깡깡 얼어버린다는 다정한 잔소리를 듣고 싶었다. 다시 들을 수 없는 잔소리라는 걸 깨닫자 바람이 더 시리게 느껴졌다.


준을 처음 만난 건 오늘처럼 찬 냄새가 나던 4년 전 겨울이었다. 나는 매 겨울마다 트리 사냥을 하겠다며 산책하는 취미가 있었고, 혼자 겨울나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트리는 고개가 아플 정도로 올려다봐야 할 만큼 거대했기에 반대편 장식을 마저 구경하려고 빙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던 중 나처럼 혼자 겨울나무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밖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코끝이 발개지고 손이 시려서 따뜻한 음료 생각이 났다. 트리 사냥을 이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카페를 찾아봤고, 큰 곰인형과 트리가 있는 카페에 가기로 정했다. 카페에 들어서자 이미 크리스마스인 양 캐롤이 울려 퍼졌고, 따뜻한 스팀의 기운이 두 뺨을 간지럽혔다.


따듯한 밀크티 한 잔 마시고 갈게요.


트리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밀크티를 주문하고 잔뜩 얼어버린 손과 몸을 녹이며 쉬고 있을 때 딸랑 소리가 들렸다. 종소리가 울리는 문을 열고 아까 봤던 남자가 카페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밀크티 따듯한 걸로 한 잔 주세요. 마시고 갈 거예요.


저 사람 나랑 취향이 비슷한 것 같네. 신기하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카페의 트리 사진을 찍으려 일어났다. 귀여운 곰돌이와 트리,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이 차가운 계절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따듯한 밀크티가 든 머그잔을 움켜진 남자가 인사를 건넸다. 그의 손가락과 코는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요를 외치듯이 빨갛게 얼어있었다. 순수하고 빛나는 눈을 가진 탓에 산타와 선물을 열심히 나눠 주고 몸을 녹이러 온 루돌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돌프 같은 남자. 그게 준의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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