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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정했다! -프롤로그

수영, 너로 정했다!

by 하다

오늘부터 내 일생일대의 도전기를 기록해 보려 한다.

나의 수영 정복기!

장르는 코믹 에세이쯤 되려나?






참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온 나는 어느 날 문득,

왜 내 삶은 늘 딱 여기까지, 적당히, 어느 정도에 머물러 있는지 깊이 고민했다.



이유는 꽤 심플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에 늘 충실했으며

힘든 일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해냈다.

반면, 변화를 반기지 않았고

새로운 일에 도전은 늘 망설였다.



고여있는 물의 표면은 잔잔하지만

속은 부패하기 시작한다.

예측가능한 일상은 평온할지 몰라도

내 삶을 발전 없이 머물러 있게 했다.



나는 달라지고 싶었다.

최근 다양한 변화들을 시도해 왔고

다가오는 좋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할 만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내 한계를 시험해 볼 만한 도전을 하고 싶었다.



내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이 길었는데

결론은, 나는 나를 넘어서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 도전의 하나로 나는 수영을 선택했다.





내가 중3쯤이었다.

홍수로 동네 골목이 물로 가득 찼다.

흙탕물 길을 걸어가던 나는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사 중이던 골목길에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나 보다.

다행히 그 폭이 넓지 않아 손으로 더듬으며

구덩이에서 빠져나왔지만,

나는 물에서 노는 일이 무섭고 싫어졌다.

그냥 첨벙거리는 정도는 괜찮지만

머리를 물속에 넣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과연 이 사고가 내가 수영 배우기를 미루고 미룬 이유였을까?

조금은 맞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변화에 대한 거부와 귀차니즘이었다.

내 생활패턴에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는 일이 꺼려졌다.

옷을 갈아입고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또 나와서 씻고 수영복을 빨고 말리고

아침 일찍 바쁘게 수영장에 가는 일이 귀찮았다.




핑계로 어설픈 물 공포증을 이용했던 거다.

나는 물 공포증이 아니다.

물속에 머리를 넣는 일이 두렵긴 해도

물만 보면 식은땀이 난다든가

죽을 것 같은 두려움까지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를 넘어서는 도전의 상징으로 수영을 선택했다.

수영, 너로 정했다!

딱 기다려.






이렇게 해서

2024년 3월, 언젠가 배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둔 수영복이

2024년 9월, 마침내 물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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