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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

광복 80주년, 우리는 왜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을 읽어야 하는가!

by 하다

1932년, 상해.


직선거리 3.5km 안에서,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일본군의 감시망 속에서도 마지막 임시정부를 지키려는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프랑스 조계지라는 작은 안전지대 안에서 그들은 하루하루를 버텼다. 일본은 밀정을 심고 자금을 차단하며 임정을 무너뜨리려 했고, 내부에서는 떠나야 한다는 의견과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바로 이 숨 막히는 시절을 실화에 기초해 그린 역사소설이다. 김구, 안공근, 이봉창, 윤봉길, 김철, 노종균, 엄항섭, 이화림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만 스쳐 본 이름들이, 여기서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다가온다.


김구는 임정의 국무령이라는 위치에 있었지만, 오히려 더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국내외 동포들이 어렵게 모아 보낸 자금을 저고리 안쪽에 꿰매 넣고, 꼭 필요한 순간까지 꺼내지 않았다. 몇 끼를 굶고 나서야 동지에게 밥을 얻어 먹으러 갔고, 해진 신발은 몇 번이고 기워 신었다. 그는 사치나 안일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 절제와 인내는, 돈을 아끼려는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독립운동의 불씨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버틴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독립의 열망이 꺼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안공근이 안전을 위해 상해를 떠나자고 권했지만, 김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대국들이 모인 상해에서 독립을 외치는 것만이 우리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그들이 도망쳤다면 어땠을까.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조계지를 떠나고, 목숨을 보전하는 데 만족했다면, 우리의 독립 역사는 얼마나 다른 모습이 되었을까. 독립의 깃발은 더 일찍 내려앉았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열망은 시들었을 것이고, 세계는 우리를 잊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에서 만나는 독립운동은 ‘위대한 영웅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처절한 버팀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해진 신발로 상해의 골목을 걸으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적의 그림자를 경계하는 나날 속에서도, 그들은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이봉창의 도쿄 의거, 일본 군함 폭파 시도, 그리고 윤봉길의 홍커우 공원 의거는, 김구가 두려워했던 ‘사라져가는 독립의 열망’을 다시 불태운 사건들이었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독립운동은 ‘한때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져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아는 것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1932년 상해의 좁은 골목에 서게 된다. 숨을 죽이며 적의 동태를 살피고, 폭탄을 들고 작전지로 향하는 젊은 독립운동가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이건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올해, 꼭 한 번 이 책을 펼쳐보자.

광복은 주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기억과 용기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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